[생생확대경]공연계, '위드 코로나'에 거는 기대

  • 등록 2021-11-04 오전 5:30:00

    수정 2021-11-04 오전 5:30: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위드 코로나’로 다시 많은 관객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말연시 대형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면 공연장이 가득 들어차고, 공연계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거리두기 객석제’를 통해 공연을 관람 중인 관객들의 모습(사진=예술의전당).
대극장 뮤지컬을 주로 제작하는 국내 굴지의 공연제작사 대표 A씨는 오랜만에 크게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전 만난 다른 공연제작사 대표 B씨도 “위드 코로나의 시작으로 숨통이 트였다”며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이후 거의 2년간 오만상을 찌푸리며 한숨만 푹푹 내쉬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웃는 얼굴이 무척 낯설 정도였다.

이들만이 아니다. 요즘 만나는 공연계 사람들의 얼굴에 조금씩 화색이 돈다.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일상을 누리는 ‘위드 코로나’의 시작으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계획’ 자료를 보면 공연장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또 사적 모임 인원이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가능해져 공연장 내 일행 범위도 권역별로 10~12명으로 확대됐다. 백신 접종자만 관객으로 받을 경우에는 전석 오픈도 가능해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오후 10시까지 공연장 영업시간을 제한받고, 객석 운영도 최대 4명당 한 칸 띄어앉기를 적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완벽하진 않아도, ‘정상화’에 바짝 다가간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보다 먼저 정상화에 나섰던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등 해외 주요 도시 극장들을 마냥 부럽게 바라보던 시선도 이젠 거둬들이고 있다.

시점도 공연계로선 더할 나위 없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달 공연 매출액은 303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월간 공연 매출액이 3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월(405억400만원) 이후 21개월 만이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와중에 시행되는 ‘위드 코로나’가 공연 소비 심리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무엇보다 공연 매출액이 △7월 228억6400만원 △8월 236억7200만원 △9월 256억900만원 △10월 303억5800만원 등 하반기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점이 고무적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공연 소비심리는 더 호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프랑켄슈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 ‘레베카’, ’젠틀맨스가이드’, ‘라이온킹’, 발레 ‘호두까기 인형’, 클래식 ‘빈 필하모닉& 리카르도 무티’ 등 흥행보증수표 격인 대형 공연들은 관객 맞이에 분주하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했던 숙박·여행·공연·전시·영화·실내체육시설·프로스포츠 등 7개 분야 할인권 지급을 재개하면서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 공연제작사들도 앞다퉈 ‘백신 접종 할인’등의 추가 혜택을 풀며 관객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틀째인 지난 2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2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넉 달 가까이 지속되는 4차 대유행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살얼음판 위를 걷듯 늘 불안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2년 가까이 근근이 버텨왔던 공연계는 ‘긴 악몽’을 떨쳐낼 가느다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본 것만으로도 들뜨기에 충분했다. 바깥 날씨는 쌀쌀한데, 공연계는 봄 채비를 한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힘찬 박수, 공연계가 그토록 기다리던 봄의 소리가 지척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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