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민주주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 그중에서도 가장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모두 수사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유독 대형 사건들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결국 검찰 등 수사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자칫 수사 기관의 판단과 결정이 국민들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돼 있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직 당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문제는 이들 수사 기관들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말께나 소환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는 정체 상태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등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도 연달아 미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시점인 11월 5일 이전에 공수처가 수사를 끝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연말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국정감사를 이유로 김 의원과 손 검사를 소환 조사하지 않는 공수처를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는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의 명분 중 하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였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올해 초 출범한 공수처 역시 ‘정치적 중립성’은 생명과도 같은 대의명분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어떤가.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커녕 수사 기관 자체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꼴이다. 최대한 신속·명확한 수사를 위해 검찰과 공수처가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수사 기관은 서둘러 정치에서 발을 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