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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에 대비한 ‘보수적’ 투자 견지
이데일리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국내 은행·증권·보험사의 VIP 고객을 전담하는 PB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업종별로는 은행 PB 25명(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증권사 13명(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메리츠증권), 보험사 12명(교보·한화·삼성·신한라이프) 등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기되고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가운데 3분기 이후 투자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했다.
지난 연말 조사 때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보수적인 조언을 하는 PB들이 많았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때문이다. 당장 금리인상이나 테이퍼링을 하지 않더라도 가능성에 주식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펜데믹이 여전한 가운데 미군 철수에 따른 아프카니스탄 정정 불안까지 겹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금융시장 변동이 확대되고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오르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대비 환율은 올해 1월 4일 1082.5원까지 떨어졌지만, 17일 기준 1176원까지 올라갔다. 6월 들어 두달 동안에만 70원 가까이 올랐다.
올해 하반기 주식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박스권’ 예상이 우세했다. 조사 대상 PB 중 절반 이상인 58%가 3000~3200선을 예상했다. 3000선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 PB(10%)까지 합하면 3분의 2 이상이 국내 주식 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은경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차장은 “기존에 투자했던 종목 중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배당 메리트가 강한 상품에 대한 분할 매수를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영 신한PWM강남센터 팀장은 “(올 하반기) 전반적인 주식시장 분위기가 어두울 것 같다”면서도 “기다리고 인내하면 내년 1분기 정도에 과실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달러에 직접 투자하라
반면 연령별 자산 포트폴리오 추천에서 미국 주식 직접 투자는 단연 선호됐다. 이 비중은 올해 초보다도 늘었다. 20~30대에 추천한 자산군 1등은 미국주식 직접투자였다. 국내주식 투자는 20% 정도에 머물렀다.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은 “9월 열리는 FOMC에서 관련 언급이 있으면 그 과정에서 달러 자산은 지금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시장의 탄력이 떨어질 때 미국 주식 시장은 절대적인 강세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40~50대 투자자들에게도 PB들은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은퇴세대에게도 국내 주식투자(12%)보다는 미국 주식 직접 투자 추천(18%)이 더 많았다. 미국주식뿐 아니라 달러 투자도 추천 리스트에 포함됐다.
홍동희 팀장은 “코스피가 빠질 때 명확하게 반대로 올라가는 것은 환율 밖에 없다”면서 “자산가들은 이미 달러 비중을 높여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를 매입하는 게 현금 비중을 높이는 맥락에서도 볼 수 있다”면서 “요즘과 같은 때에 달러화의 유효성이 더 입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