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모금도 공연장 밖에서..."3명 이상 모여서 대화 안돼요!"

[거리두기 4단계 첫날 공연장 가보니]
공연장 오후 10시 운영시간 제한에
다수 공연 인터미션· 커튼콜 줄이고
마스크 잠시 내려가도 안내원 '주의'
  • 등록 2021-07-15 오전 6:00:00

    수정 2021-07-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윤종성 장병호 기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개막한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 뒤 처음 관객들을 맞은 샤롯데씨어터는 입장부터 간단치 않다. 입구에서 예매 내역서를 보여준 뒤, 체온계 앞에 서서 ‘정상 체온’을 인정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공연장 안에서도 빡빡하기는 마찬가지. 로비 곳곳에 배치된 ‘하우스 어셔’(안내원)들이 잠시라도 마스크가 코 밑으로 내려가거나, 3명 이상 모여 얘기를 나누면 순식간에 달려와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며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 목이 말라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려면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절차를 밟아 입장해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연극 ‘클럽 베를린’의 배우들과 관객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CJ아지트는 거리두기 격상 이전 선제적으로 ‘객석 한 칸 띄어앉기’를 적용해 회당 40명의 관객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장병호 기자)
거리두기 4단계에서 공연장은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목욕탕, 영화관 등과 함께 운영 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마리 앙투아네트’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정부 방침을 준수하기 위해 공연 시간을 오후 7시로 30분 당겼다. 또 인터미션(중간 휴식)을 20분에서 15분으로 줄이고, 장면 전환 등에 소요되는 자투리 시간을 최소화했다. 커튼콜마저 짧은 인사로 대체해 원래 3시간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러닝타임은 2시간 45분으로 단축됐다. 커튼콜이 끝나고 조명이 켜지던 순간 시각은 오후 9시 52분. 샤롯데씨어터는 공연이 끝나고 8분 만에 문을 닫았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전과 비교하면 오후 6시 이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이 시각 즈음부터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던 예스24 스테이지, 유니플렉스 등 주요 공연장 입구 주변도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지난 주말부터 눈에 띄게 사람들이 줄었다는 게 복수의 공연 관계자들 전언이다.

일부 공연에선 4단계 격상에 따른 변화도 감지된다.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열리는 연극 ‘일리아드’는 객석 입장시간을 앞당겼다. 공연장 주변과 로비 등의 관객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관객 입장과 동시에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일리아드’는 배우를 조금이라도 먼저 보려는 관객들이 이른 시각부터 줄을 섰다. ‘일리아드’ 관계자는 “배우가 공연 시작 10분 전에 등장하는 걸로 설정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연극 ‘클럽 베를린’이 공연 중인 CJ아지트는 ‘한 칸 띄어앉기’를 적용해 회차당 40여 명의 관객이 듬성듬성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확 달라진 공연장 풍경이다. 이들 외에도 CJ ENM의 뮤지컬 ‘비틀쥬스’, ‘광화문연가’, ‘어쩌면 해피엔딩’, LG아트센터의 연극 ‘코리올라누스’,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시카고’, 국립극단의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이 공연 시작시간을 당기고 인터미션과 커튼콜을 줄이는 등 정부의 공연장 운영시간 제한 조치에 따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다 엄격하고 까다롭게 공연장 안팎을 관리하는 등 방역 수위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공연 중단 없이 예정된 일정대로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공연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객석을 절반 정도만 열 수 있어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철저한 방역으로 안전하게 공연을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50분을 조금 넘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개막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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