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키오시아' 눈독..'공급 부족'에 몸집 키우는 반도체 업체

키오시아, 삼성전자 다음으로 낸드플래시 2위 업체
SK하이닉스·AMD·엔비디아·투식스 경쟁업체 인수 협상
'공급 부족'에 반도체 업황 슈퍼사이클 길어길 전망
  • 등록 2021-04-02 오전 6:00:00

    수정 2021-04-02 오전 6:43:29

마이크론 DRAM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오시아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로 마이크론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000660)와 낸드 사업 부문에서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뿐 아니라 스마트폰, PC 등 가전제품에도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슈퍼사이클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은 인수 협상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비롯해 AMD, 엔비디아(Nvidia), 투식스(II-VI) 등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부풀리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키오시아 인수협상..3년새 몸값 17배 올라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은 각각 키오시아와 300억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매체는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키오시아는 둘 중 한 곳과 인수 협상을 봄 후반께 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키오시아는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로 작년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9.5%로 삼성전자(32.9%)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키오시아는 018년 베인캐피탈이 18억달러를 주고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코로나19 확산에 개인 PC, 원격 학습, 게임, 5G 스마트폰 등이 인기를 끌면서 몸값이 3년 새 17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키오시아는 작년 기준으로 베인캐피탈이 4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도시바가 40.2%, 호야가 9.9%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은 애플, 델, 킹스톤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키오시아를 인수할 경우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사업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작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42.1%), SK하이닉스(29.5%) 다음으로 23%의 점유율을 보유한 세계 3위 디램 업체다. 작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 2위 낸드 업체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마이크론이 키오시아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과 함께 키오시아 인수전에 뛰어든 웨스턴디지털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제조업체인데 키오시아와 20년간 연구개발 등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누가 키오시아를 차지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수협상 자체가 성공하기 위해선 일본 정부의 의중도 중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에 없어서는 안 될 산업이고 각국이 달려들어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를 미국 업체가 인수하도록 둘 것인지도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작년부터 반도체 업체간 인수 합병 활발..점유율 확보 경쟁

최근 반도체 업체가 인수합병으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것은 큰 장이 설 때 시장점유율을 높여보겠단 의도가 강하다.

작년에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약 90억달러에 인수한 것 외에 최근 몇 달새 수차례에 걸쳐 반도체 업체 간 인수 합병이 이뤄졌다. 미국 반도체 업체 AMD는 경쟁업체인 자일링스(Xilinx)를 약 350억달러에 인수했고 미국 그래픽처리장치 기업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홀딩스를 약 400억달러에 사들였다.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를 200억달러에 사들였고. 투식스는 베인캐피탈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로 루멘텀 홀딩스를 누르고 코히런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업황 슈퍼사이클이 길어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이터 회사 IHS 마킷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 칩 부족은 올 1분기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약 130만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한 것은 수요 증가외에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로 공장이 폐쇄됐고 여기에 르네상스 일렉트로닉스 소유의 일본 칩 제조 공장의 화재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MSC 공장까지 화재가 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TSMC 등이 생산하는 8인치 반도체 칩의 경우 5G 스마트폰, 노트북에 대한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은 구축 비용만 수백 억 달러가 소요되는 데다 용량 확장 등에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인프라 투자 방안으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3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판매의 47%를 차지하지만 제조는 12%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엔 반도체 공장은 4개(인텔 2개, TSMC 1개, 삼성전자 1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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