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CLASS]당뇨병은 개인별 맞춤치료가 필요해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등록 2020-12-26 오전 8:00:09

    수정 2020-12-26 오전 8:00:09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문물이 일반 대중에게 빠르게 소개되고 있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아니더라도 ‘알파고’ 정도는 익히 들어 봤을 것이다. 의료 영역에서 이러한 최신 경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많은 전문가는 아마 ‘개인별 맞춤 치료’라 이야기할 것이다.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각 개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질병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맞춤의료, 또는 맞춤치료 같은 용어가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사실 그 개념은 상당히 오래됐다. 폭을 넓혀 생각해보면, 혈액형에 따라 수혈하는 치료 행위 역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의료행위 자체가 개인별 ‘맞춤치료’를 목표로 시행된다. 그렇다면 현재 병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당뇨병 맞춤 진료’가 있다면 무엇일까.

당뇨병에 대한 최신 진료지침에는 개인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한 개별화된 혈당 조절 목표를 권고한다. 단순히 혈당 조절만을 고려한 획일적 치료 대신, 환자의 다양한 임상적 상황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마련하도록 권고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합병증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당뇨병으로 진행되기 전인 고위험군 시기에서 운동, 식사조절 등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당뇨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미 당뇨병으로 진단되었으나, 초기 당뇨병으로 아직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정상에 가깝도록 혈당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철저한 혈당 관리를 통해 당뇨 합병증을 미리 예방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어 있다.

체중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저하된 사람, 혹은 모두 동반된 사람 등 자신의 임상적 상황에 맞는 약물치료를 통해 임상 경과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심지어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를 통해 임상 경과에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신중히 사용한다면 주사제 사용이 당뇨병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합병증 위험이 높거나 이미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라면? 당뇨 합병증 발생 초기에는 그 증상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된 이후에야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정기 합병증 검사를 시행하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수행하면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노인 당뇨병 환자에게는 특히 반복적인 저혈당이 오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심한 저혈당 발생으로 인해 치매 등 인지기능 장애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반질환으로 인해 복용하고 있는 약이 많은 경우, 약제를 가능한 한 줄여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개인의 유전체 혹은 장내미생물 등 기존에 널리 활용되지 않았던 개인의 특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당뇨병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환자 개인에 가장 알맞은 약제를 선별하여 치료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자신에 취약한 합병증 발생 위험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진정한 맞춤 의료, 예방 의료가 언젠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필자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 혜택을 경험할 첫 세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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