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끝, 첫출근"…신입 회계사들에 권하는 드라마 한편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
남자 주인공은 현직 회계사
감사의견 비유해 위로 건네기도
  • 등록 2020-10-03 오전 7:01:00

    수정 2020-10-03 오전 7:01: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닷새간 추석 연휴가 끝 무렵입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추가로 연차를 쓴 직장인들도 적잖아 ‘월요병’을 앓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고 합니다. 월요병은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다시 출근, 등교를 하는 직장인들,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월요병은커녕 첫 출근을 기다리는 새내기 직장인은 오히려 기대에 부풀어 잠을 설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2020년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신입 회계사들 얘기입니다. 지난달 말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채용을 일단락짓고, 대부분 오는 10월5일 새 가족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병아리 회계사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며 긴장을 풀기에 좋은 드라마 한편을 추천합니다.

지난 2018년 10월~12월 일본NTV에서 10부작으로 방영된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인데요. 국내외를 통틀어 회계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많지 않다죠. 현직 회계사들은 “업무 특성상 변호사나 의사, 기자처럼 다이내믹한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마츠다 류헤이가 분한 네모토 코우세이는 개인 사무소를 연 회계사 겸 세무사입니다. 자연스레 비상장기업의 가치평가, 감사반의 결산감사, 기장대리 등 여러 회계 업무가 극 중에 녹아 있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신용할 수 없어. 무방비하게 다가오는 사랑을 받아들일 만큼 바보는 아니야”라는 코우세이. 오랜 세월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된 지론이겠죠. 사무소 앞에 둥지를 튼 ‘5tap’이란 크래프트 비어 바에서 신카이 아키라(아라가키 유이 분)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드라마 후기를 읽다 보면 ‘우리 집 앞에도 5tap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을 드러내는 누리꾼들이 많았습니다. ‘동네에 단골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라는 권여선 작가의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일본NTV에서 10부작으로 방영된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 (도라마코리아 갈무리)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은 토라져 5tap을 나서는 아키라를 뒤따르며 코우세이가 ‘조금, 틀려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회계사다운 화법으로 건넬 때입니다. 코우세이는 아키라가 처해 있는 난감한 상황(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합니다)을 “완벽한 재무제표는 없으니까”라고 표현합니다.

코우세이가 한 말을 빌리자면 “재무제표는 기업이 업무 성적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회계 서류”인데요. 어떤 회사의 재무제표도 꼭 어떤 하자가 있기 마련이라죠. 다음은 코우세이아키라가 차례로 주고받은 대화입니다(일부 각색이 있습니다).

“적정의견은 감사 용어인데. 투자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하자, 요컨대, 작은 결점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OK한다. 귀사(아키라네 연애)의 경우는….”

“조금도 작지 않다고 생각해.”

“그렇죠. 그렇다면 다음 케이스. 한정적 감사의견이 되겠네요.”

“한정적?”

“일부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전하다는 의견. OK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판단하시고 주위가 뭐라고 하든 두 사람이 좋으면 좋은 거 아니야?”

회를 거듭할수록 사랑에 있어서나 직업적으로나 시련이 닥치고 이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두 사람. 코우세이는 분식회계에 눈감으라는 협박에 직면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애증의 대상이던 형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가 저지른 분식에 가담한 전력이 발목이 잡고 있는 것이죠.

코우세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직접 확인하면서 회계사로서 마음가짐을 다잡아봐도 좋겠습니다.

일본 드라마 배급사인 도라마코리아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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