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가격리자들이 제멋대로 나돌아 다닌다면

  • 등록 2020-03-06 오전 5:00:00

    수정 2020-03-06 오전 5:00:00

국립발레단 소속 단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격리기간 중 여자친구와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단원이 있는가 하면 사설학원 특강에 나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중순 대구에서 공연한 뒤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자체적으로 전 단원과 임직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나 이 기간에 몰지각한 돌출행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 국가적으로 펼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자가격리라는 방어선이 의외로 쉽게 뚫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국립발레단의 자가격리 조치는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조치여서 감염병 예방법상의 처벌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지시를 받은 경우에도 수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구에서는 감염확진 통보를 받은 자가격리자가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시내 길거리를 여러 시간이나 돌아다녔으며, 서울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했던 자가격리자가 해장국을 사 먹으려고 동네 음식점을 찾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자가격리 조치는 병실과 의료진 등 한정된 의료자원을 위급한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고위험 집단감염 차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가격리자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전국에 걸쳐 3만명에 이르는 대상자가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어느 집의 누가 그 대상자인지 잘 알 수도 없다.

정부가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러한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고 한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날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됐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들이 피해 나가려 든다면 모든 대책이 무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격리자 스스로 외부 출입을 삼가는 자세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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