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억울한 피해자 만든 상가 주택 세법 개정

  • 등록 2019-07-30 오전 5:10:00

    수정 2019-07-30 오전 5:1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60대 후반 A씨는 최근 상가 연면적 165㎡와 주택 연면적 142㎡짜리 건물을 지으려다가 설계를 변경했다. 세무사에게 컨설팅을 받아보니 연면적을 비교했을 때 주택 부분이 상가 등 다른 부분보다 단 1㎡라도 넓으면 건물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하기에 건물을 팔 때 양도소득세에서 유리하다는 얘길 들어서다. A씨는 상가 연면적을 계획대로 165㎡로 짓되 주택 연면적을 168㎡로 넓혀 착공했다.

A씨에게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는 실거래가 9억원이 넘는 겸용주택에 대해 주택 부분과 주택 외 부분을 분리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하기로 했다. 주택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1㎡라도 더 넓었을 때 전체를 주택으로 보고 누릴 수 있었던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예시로 든 사례만 해도 개정 전후 양도세는 2배 이상 높아진다.

그렇다고 A씨는 건물을 팔기도 어려운 처지다. 내년 초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어서 정부가 유예기간을 준 2022년 1월1일 이전에 건물을 매도한다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어 A씨는 속만 끓이고 있다.

관련 세법이 만들어진 지 수십년 만에 처음 정부가 이를 개정한 이유는 과세 기준을 합리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상가 한 채와 주택 한 채 각각 보유했을 때보단 주택과 상가 하나로 합쳐진 건물을 보유했을 때 세금 면에서 유리했지만 이제 그 차이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다만 세법 개정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다. 겸용주택은 은퇴를 전후한 중장년층에겐 안정적 투자자산이었다. 겸용주택은 1·2층 등 아래층을 카페, 식당, 가게 등 상가점포로 운영해 월세 수입을 받는 동시에 위층엔 자신이 직접 거주할 수 있다. 지난 몇년 새 서울 강남권 등에서 상가주택이 인기를 끌었던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내 겸용주택 용지를 분양할 때 1000대 1을 넘나드는 경쟁률에 지난해부터 높은 가격을 써낸 이에게 판매하는 경쟁 입찰제도로 바뀔 정도였다.

별 다른 예고 없이 정부가 과세 기준을 바꾸면서 수십년 동안 유지하던 법을 믿고 따랐던 겸용주택 보유자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정부 스스로 내세웠던 기준을 바꿀 때 세심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A씨처럼 억울한 사례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금 걷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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