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사의 안전규정 위반은 더 치명적이다

  • 등록 2019-06-04 오전 6:00:00

    수정 2019-06-04 오전 6:00:00

국적 항공사들의 안전점검 및 정비 소홀이 습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열린 올해 제2차 항공분야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4개 국적 항공사에 대해 35억 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한다. 모두 20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이 대상이다. 항공 사고는 육상·해상 사고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사소한 태만이라도 미리 막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위반 실태를 들여다보면 마음 놓고 비행기를 타기가 어려울 정도다. 비행 전후 점검 주기에 따라 항공기를 정비해야 하는 기본 절차마저 어기는 경우가 없지 않다. 활주로에서 이륙준비 도중 화물칸의 ‘문 열림’ 경고등이 켜져 이륙이 지연된 사태도 마찬가지다. 항공기가 착륙하면서 브레이크에 엄청난 열이 가해졌는데도 충분한 냉각시간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항공기를 띄우려고 하다가 일어난 비상 상황이었다. 만약 사고로 이어졌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아찔하기만 하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사 징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4개 항공사가 제재처분을 받았다. 조종사들이 음주상태에서 조종간을 잡았거나 안전결함 정비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비사에 대해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까지 내려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안전점검 위반 사례가 계속 적발되고 있다. 안전불감증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제만 해도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출발 직전 이륙을 중단한 채 활주로에서 멈추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엔진에 결함이 생긴 탓이다. 물론 아무리 세심하게 점검해도 불가피하게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규정 위반과 정비·점검 소홀로 항공기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시점이다. 교통 당국과 항공사는 항공기 정비·점검과 안전운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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