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 많아 매출 안정…국산 만성질환 신약 입지 탄탄

위장약 케이캡, 보험 등재 첫 달 매출 15억 돌파
당뇨약 제미글로, 국산 약 최초 매출 1000억 목표
혈압약 카나브, 복합제 매출 전년比 50~60% 상승
  • 등록 2019-05-02 오전 6:00:00

    수정 2019-05-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산신약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 자체에 의미를 두고 팔리지도 않을 약을 만들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최근에 개발된 약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장규모를 갖춘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덕에 빠르게 연매출 100억 원을 넘겨 블록버스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용 국산신약 ‘케이캡’은 지난 3월 15억 20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약은 지난해 7월 허가를 받은 후 약가협상을 거쳐 3월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시장에 처음 나온 것이라 첫 달 매출에서 이를 달성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케이캡은 이변이 없는 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은 아무 때나 먹어도 효과가 빠르고 특히 야간 위산분비 억제에 효과가 있어 경쟁품보다 효과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은 증상이 사라졌다가 생활습관이 조금만 나빠져도 쉽게 재발하는 특성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위식도역류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는 케이캡을 국내 매출 1000억 원 이상, 글로벌 매출 1조 원 이상의 초대형 제품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2015년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중국에서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임상3상이 진행 중이고 멕시코 제약사와는 중남미 17개국에 1000억원대 수출계약을 체결해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완제품 수출을 시작으로 반응이 좋으면 기술수출로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식도역류질환이 비교적 흔한 질병인 만큼 우수한 품질 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산 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LG화학(051910)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올해 1분기 이미 8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6.5% 늘어난 수치다. 더 주목할 것은 복합제의 성장세다. 당뇨복합제 ‘제미메트’는 올해 1분기 144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제미글로의 매출을 넘어섰다. 증가율은 10.9%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 나온 당뇨·고지혈 복합제 ‘제미로우’는 올해 1분기 8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규모는 제미글로 패밀리 중 가장 작지만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86.4%에 이른다. 전체 제미글로 패밀리 매출은 224억 7800만 원에 이른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858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면 국산 신약 중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003850)의 혈압약 카나브는 올해 1분기 104억 63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성장율은 9.6%로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 하지만 복합제인 듀카브와 투베로는 각각 60억 원, 6억 84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나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율 측면에서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69.2%, 50.7%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전체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은 1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늘었다. 보령 제약 관계자는 “듀카브와 투베로는 출시 3년차라는 짧은 이력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고혈압의 특성을 감안해 3제 복합제를 비롯한 다양한 복합제를 개발 중에 있는 만큼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충남 예산에 1년에 알약 8억 7000만 정을 생산할 수 있는 신 공장을 최근 준공했다. 예산 신 공장은 앞으로 카나브 패밀리의 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식약처의 현장실사를 거쳐 오는 11월경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카나브 패밀리가 중남미, 동남아, 러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51개국에 수출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황”이라며 “예산 신 공장 준공으로 글로벌 수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환사 수가 많은 만성질환용 국산 신약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627만 명,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수는 444만 명, 2형 당뇨병 환자 수는 271만 명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들은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글로벌 진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비해 만성질환 치료제는 기본적인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어 매출을 올리기 쉽다”며 “국산 치료제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한국인에게 잘 맞는 약’이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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