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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자산가들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1일 이데일리가 국내에서 신흥국 채권 등을 주로 중개한 주요 대형 증권사 4곳(미래에셋·NH·한국투자·신한금투) 프라이빗뱅커(PB)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고액자산가들은 미국 달러와 주식, 부동산 관련 사모펀드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B들도 적극적인 신흥국 투자를 권하지 않았다. 투자방법으로는 자산의 일부분을 분할해 투자하거나,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이후로 미루길 조언했다.
금융자산가 “달러현금·사모펀드에 관심”
금융자산가들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처 갈아나기에 나선 이유는 무역분쟁, 금리인상 흐름이 보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는 단연 미국이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자산가들은 달러현금을 꾸준히 사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환율차익은 비과세라서 떨어질 때 사들이는 방법으로 달러 중심의 외화트레이딩을 많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환 신한 PWM 산본영업소 PB팀장 역시 미국 달러 자산에 직접투자 하는 것과 미국 증시 중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고액자산가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의 NH투자증권 대치WM센터 부장도 “글로벌 변동성이 크다보니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을 선호하지 않고, 쿠폰(이자)이 꾸준한 코코본드나 부동산 관련 채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형 사모헤지펀드 중에서는 롱숏이나 프리(Pre) IPO 펀드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롱숏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사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고 프리 IPO는 상장 전 지분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바닥까지 내려온 신흥국…“아시아에 분할 투자”
국내 주요 증권사 PB들은 최근 신흥국 채권과 주식 등이 역사적 바닥권이기는 하지만 적극 투자할 상황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서재연 상무는 “브라질 채권의 경우 높은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맞다면 지금 바닥권이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면서도 “다만 강력하게 추천할 정도로 안정적 투자처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계속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바닥이라고 몰빵투자 하지말고 자산의 일정부분을 분할 투자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반기 달러화 약세를 전망해 저가 매수를 권유한 PB도 있다. 김동의 NH투자증권 대치WM센터 부장은 “하반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이머징 국가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투자 매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그런 관점이라면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추천됐다. 김동의 부장은 “경제 기초가 약한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는 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구구조가 젊고 성장성이 큰 베트남이 더 매력적”이라고 봤다. 서재연 상무는 중국 주식을 추천했다. 그는 “중국 주식이 미구과 무역분쟁으로 많이 빠져있어 중국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매수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가 들어가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