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는 게 어제 공식 발표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불과 아흐레 만이다. 대우건설 해외사업 가운데 예상치 못한 손실이 드러난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해외사업 부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그제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당초 입찰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대규모 부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추가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섣불리 인수에 나섰다가 자칫 호반건설까지 부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에도 약 1조원 규모의 해외 손실을 처리한 바가 있다. 1년 만에 다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추가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반값 특혜 논란, 정치권 연루설, 노조를 포함한 대우건설 내 매각 반발 등도 인수 포기에 이른 요인이라고 한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담스럽던 차에 해외 부실이 터지자 미련 없이 털어 버렸다는 얘기다.
돌출한 해외손실 문제로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매각 작업은 미궁에 빠져들게 됐다. 매각 절차가 다시 추진되더라도 추가 부실 여지가 있는 만큼 인수 후보자들이 주저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국내 굴지의 3위 건설업체라고 하지만 ‘새우’가 뱉어낸 ‘속이 곪은 고래’를 누가 인수하려 들겠는가. 고래도 고래 나름인 것이다.
이런 사정인 만큼 대우건설 매각을 급하게 서두른다고 성사될 일은 아니다. 부실 요인을 털어내고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에 제값 받고 파는 게 나을 것이다. 마침 3000억원의 해외사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11조 7668억원에 당기순이익 264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정상화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은 정확한 실사로 추가 부실 여부 등을 확인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