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돈과 아쉬움 속에 한 해를 보내며

  • 등록 2016-12-30 오전 6:00:00

    수정 2016-12-30 오전 6:00:00

세밑이면 흔히 동원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이 올해처럼 딱 들어맞는 해도 별로 없을 듯하다. 지금 같은 엄청난 정치·사회적 혼돈과 아쉬움으로 한 해를 보내기는 아마도 6.25 이후 처음일 게다. 한 해 내내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나라 안팎에서 연이어 터졌고, 국민들은 그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신년 벽두부터 잇따라 감행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도발이 험난한 여정의 신호탄이었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에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대응 수단으로 제시했으나 격렬한 찬반 논란 끝에 갈등의 불씨를 안은 채 새해를 맞게 됐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가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진 4·13 총선은 이른바 ‘친박(親朴) 패권’에 염증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을 연출하게 됐다.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다. 지난 9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여 의혹으로 언론에 처음 등장한 최씨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비선실세’로 지목되면서 국민적 분노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 사상 2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 신세가 돼 버린 것이 그 결과다.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정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말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포퓰리즘이 국제사회를 휩쓸며 우리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데도 외교는 구심점을 잃은 채 허둥댔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손을 못 쓰는 딱한 처지에 이르렀다. 수출·소비·투자가 절벽에 부딪혔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초토화해도 당국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우려와 혼란에 빠져 있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박 대통령 잘못이다. 혈세로 움직이는 정부의 공조직을 제쳐두고 한낱 시정의 여인네에게 휘둘리며 불통으로 일관한 오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권 쟁취에 눈멀어 청와대의 실정을 방조하고 나아가 화를 더 키운 데 있어서는 정치권도 오십보백보다. 위정자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위정자를 걱정하는 상황이 또다시 되풀이돼선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