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즈음 또 하나의 게임이 출시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가 모바일게임 회사와 공동 개발한 ‘EXORUN(엑소런)’이다. 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어 14일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오픈,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출시했다. 엑소의 멤버 중 하나를 선택해 달리고 뛰고 나는 이른바 ‘Run’게임이다. 쿠키런 등 기존 런게임과 거의 흡사하다. 엑소를 론칭할 당시 가상으로 설정했던 각 멤버 고유의 특징을 게임 속 캐릭터에 담은 게 특징이다.
포켓몬GO의 흥행과 엑소런의 출시는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포켓몬GO을 분석하는 이들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결국 전세계 팬을 확보한 포켓몬 콘텐츠의 인기와 맞물렸다고 분석한다. 엑소런 역시 아시아권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그룹 엑소라는 콘텐츠에 바탕을 둔 게임이다. 런게임 최초로 코스튬 시스템을 탑재, 의상부터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프로모션한 것도 엑소 팬들의 지갑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EXO는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exoplanet’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름으로, ‘미지의 세계에서 온 새로운 스타’라는 의미를 담아 각 캐릭터마다 고유의 특징을 갖는 게 특징이다.
앞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CT)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향후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설계했다. 콘텐츠 기업에서 콘텐츠 기반 테크놀로지 회사로 진화한다는 게 이 회장의 의지다. SM엔터테인먼트를 매니지먼트 기업, 가요 기획사로 국한하기보다 IT 기업에 가깝게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10여 년전부터 지적재산을 기반으로 한 게임 등에도 눈을 돌렸지만 게임으로 성공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 아시아권 팬덤을 대상으로 한 관심사 기반의 SNS 서비스 Vyrl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수만 회장의 CT에 대한 열정, 나아가 창조경제를 꿈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의 노력은 응원을 받을만하다. 지적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재산을 통한 게임 등 IT 분야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다행히 그 답은 알고 있다. 다만 그 답만을 향해 뛰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포켓몬GO가 포켓몬 마니아만의 게임을 넘어서 일반인에게 확장된 이유는 보편적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이다. CT를 꿈꾸는 우리도, 팬덤에 머무는 데서 벗어나 보편적 확장이 찾아야할 때다. 엑소든 ‘태양의 후예’든 나아가 터닝메카드든 팬덤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모든 이를 만날 채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