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정욱·방인권 기자, 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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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다이어트만으로는 부족하다. 군살 없는 몸매로도 만족할 수 없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한 모습은 구닥다리다. 탄탄한 허벅지와 팔뚝을 위해 스쿼드와 푸시업은 기본. 아령은 집안의 필수품이고 코어 근육을 잡아주는 플랭크는 밥을 굶을지언정 절대로 빼먹지 않는다. 역기를 들고 벤치 프레스를 통해 대흉근을 강화, 가슴근육을 발달시킨다. 움츠린 어깨가 당당하게 펴지고 배 위에는 소위 ‘왕’(王)자가 새겨진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한 트레이닝 중인 운동선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머슬퀸’의 모습이다.
한국사회에 ‘머슬’(muscle·근육) 바람이 불고 있다. ‘헬스클럽’이라 불리는 피트니스센터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유산소운동보다 근육을 만들기 위한 전문트레이닝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과거에도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 종종 유행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근육을 키우자는 바람이 거세게 분 적은 없다. 서울 명동의 M피트니스센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근력운동을 위해 전문트레이닝을 신청하는 직장 여성이 늘어났다”며 “예전에 여성회원은 주로 러닝머신으로 유산소운동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벤치 프레스나 숄더 프레스 등 근력을 키우는 전문 운동기계를 사용하는 여성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 사이에 ‘머슬’ 바람이 분 것은 방송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부터 미인선발대회나 모델선발대회가 아닌 소위 ‘머슬퀸’이라 불리는 여성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입상했거나 근력운동으로 건강한 몸매를 가꿔온 여성들이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근육미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머슬마니아 유니버스 세계대회 선발전’에 출전한 레이양이나 트레이너 이향미, 모델 유승옥, 치어리더 배수현을 비롯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인 이상화, 방송인 낸시랭, 가수 인순이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여성 외모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가 달라진 경향이 맞물렸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20~60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외모 관리 트렌드’를 묻는 조사에서 ‘얼굴보다 몸매가 좋은 사람이 더 부럽다’고 답한 비율은 60.8%에 달했다. 아울러 2명 중 1명(51.6%)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몸매 관리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 방송도 ‘머슬퀸’을 소재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설 특집방송으로 KBS 2TV에서 방영한 ‘머슬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8명의 여자 연예인이 3주간 집중적으로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받은 결과를 공개한 프로그램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거세게 불고 있는 ‘머슬’ 바람에 대해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자의식 등이 신장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탄탄한 근육의 몸매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적인 이미지가 건강미로 포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또다른 형태의 외모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인으로도 활동 중인 최창호 사회심리학 박사는 “근육미를 뽐내려는 심리의 밑바탕에는 결국 나르시즘이 자리잡고 있다”며 “자기만족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은 만큼 머슬 열풍이 보편적인 현상으로서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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