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집 마련 꿈 접게하는 '월세 권하는 정부'

  • 등록 2016-01-29 오전 5:00:00

    수정 2016-01-29 오전 5: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가 다음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연초부터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금까지는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3~5년 둘 수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거치기간이 1년 이내로 줄어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갚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로 1억원을 빌리면 현재는 한 달에 20만~30만원 선인 이자만 내면 된다. 그러나 2월부터는 이자에 원금까지 더해 80만~90만원을 내야 해 상환 부담이 3~4배 늘어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향후 주거 정책 방향을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과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잡고 있다. 전세는 씨가 마르고 매매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실수요자들을 월세로 내모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월세는 주거비 부담이 커 지난해 주택 매매시장의 큰 손이었던 30대 등 젊은층의 자산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택 임차 주기인 2년간 지출하는 평균 주거비용은 전세와 월세가 각각 1549만원과 2521만원이다. 월세 세입자가 전세보다 1000만원 가량을 더 쓴다는 얘기다. 그동안은 전세제도가 자산 형성 및 주택 구입 자금 마련 등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지만 급격한 월세화는 젊은층에게 돈을 모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가 2월부터 대출 규제까지 나서면서 자산이 없는 젊은 실수요층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계속 월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상환 능력이 있는 젊은 실수요층에게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별다른 혜택이 없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만이라도 시행을 무기한 미룬 1%대 초저리 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출 규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월세가 100만원에 달하는 뉴스테이에 대해 “8년간 이사 걱정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 걱정 없는 가장 안정적인 주거 형태는 월세도 전세도 아닌 ‘내 집’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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