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통신]군복무 12개월로 단축시, 경제적 효과 최대 9조

2030년 병사 30만명 중 절반 4년 전문병사로 전환 주장 눈길
징집병 12개월 단축시 경제효과 4조6400억~9조3300억 창출
모병시 전문병사 충원 쉽지 않고, 군당국 병력감축 부정적
  • 등록 2015-09-29 오전 5:00:00

    수정 2015-09-29 오전 5:00:00

유격 훈련 중 휴식시간. 장병들이 수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최근 징병제와 모병제를 한 데 섞은 혼합형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군이 필요로 하는 병사 30만명 중 절반은 징병제로 나머지 절반은 모병제로 입대한다는 얘기다. 일반병사는 12개월을 복무하고, 전문병사는 4년을 복무하면 된다. 군 당국은 국방개혁에 따라 현재 42만 여명인 병사의 수를 오는 2030년까지 30만명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복합형 모병제가 매력적인 이유는 군이 필요로 하는 병사 인원을 유지하면서 4년 이상 숙련된 ‘전문병사’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복무기간 감축으로 병사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12개월 복무 후 제대하는 청년들은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경제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제도가 정착됐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매년 4조 6400억~9조 330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인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전문병사 제도도입에 따른 군 인력체제 개편의 경제분석’ 논문을 통해 제기됐다. 논문에 따르면 전문병사의 월급을 105만~178만원 정도로 지급할 때 연간 1조 8900억~3조 2000억원 정도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병사들이 사회로 빠르게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경제효과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연간 2조 7500억~6조 1300억원 가량 이익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가 제안한 혼합형 모병제는 전문병사와 일반병사들을 분리해 근무하는 방식이다. 문병사는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육군의 기계화보병사단, 항공작전사령부, 미사일사령부, 특수전사령부, 특공여단과 해군 작전사령부, 공군 작전사령부, 해병대, 사이버사령부 등에 복무시키고, 일반병사는 육군 야전부대 등에 근무시키자는 구상이다.

현재로서는 주장에 불과하지만, 혼합형 모병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0년 모병제를 시작한 스페인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병력 충원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보수를 인상하고 이중 국적자의 지원을 허용하기도 했다. 스웨덴도 2010년 징병제를 폐지했지만 병사들이 중도에 복무를 그만두는 현상이 빈발하자 지난해 징병제로 전환을 고민하기도 했다. 적절한 보수와 지원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군 당국은 군병력 확보에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는데 부정적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높아져 첨단무기의 도입이 시급한 데다, 국지도발의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져 의무복무 병력을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군 당국이 국방개혁법 시행령을 수정해 병력감축 시한을 10년 늦춘 것도 이 때문이다.

징병제를 택한 국가 중 복무기간이 12개월인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우크라이나, 터키 등이다. 러시아는 혼합형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징집병은 12개월, 모집병은 3년을 복무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모병제로 전환하게 되면 징병제였을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나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군이 징병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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