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남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조식을 먹는데 아무래도 어제 봐둔 가죽 가방이 눈에 아른거린다. 폴스미스풍의 보스턴 백인데, 간단히 여행갈 때 쓰면 요긴하겠다 싶어 아침 일찍 백화점으로 향했다. ‘XL’이라는 브랜드인데, 10만원대에 득템하고는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다. (실제로 이 가방은 우리가 근교에 놀러갈 때 매번 들고 다닌다.)
택시를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 호르헤뉴베리공항으로 향했다. 캐리어가 3개로 늘어나 이동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다. 이젠 런던 인 아웃만 하면 끝이니!
| 백화점에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풍경.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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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생산된 로컬 브랜드에 대해서만 택스리펀을 해준다. 글로벌리한 브랜드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국의 직접 생산을 늘리기 위한 고육책 같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체크인을 하고 수화물을 다 부쳤는데, 택스리펀을 받으려면 구매한 물건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영수증만 있을 뿐 가죽점퍼며, 가방이며 다 이미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우리가 해외로 가지고 간다는 증명이 안돼 택스리펀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또 한번 삽질을 했다. 그래도 후덕하게 생긴 아르헨티나 아줌마는 우리 영수증중에 한두개를 리펀해주겠다며 처리해줬다. (매우 고마워하면서 돌아섰는데, 그 이후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결국 우리 계좌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 잔씩했다. 남미여행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면서 올리브와 크래커,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때웠다. 오후 2시 25분 출발 영국항공(BA) 비행기는 신랑과 마주보며 가게 된 다소 특이한 자리다. 괜히 창가에 앉는다고 한건지 가는 내내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런던까지는 꼬박 13시간 15분.
| 런던행 비행기에서 런던프라이드 한잔.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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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자고, 밥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런던 프라이드 맥주도 한잔하며 런던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뭘해도 좀이 쑤실 무렵 저기 히드로 공항이 내려다 보인다. 아직 새벽이라 컴컴하다.
| 런던 히드로 공항.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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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40분쯤 도착한 우리는 시내까지 뭘 타고 갈지 고민했다. 너무 비싼 파운드화 때문에 난 기차를 타자고 했고, 신랑은 캐리어가 3개이니 무리라며 택시를 고집했다.
결국 택시를 타긴 했다. 플랫요금이 아닌 미터대로 가는 택시를 고른 게 잘못이었다. 우리가 런던에서 묵을 홀본역 근처 더블트리바이힐튼 호텔까지 무려 20만원이 나왔다. 플랫요금을 했다면 12만원이면 올 수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 길이 꽉 막힌 탓인데, 오는 길에 보니 트럭이 고장나는 사고까지 나 더욱 심각한 교통체증을 경험해야 했다.
택시기사도 괜스레 미안했는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여기 저기 건물들을 설명해준다. 일종의 서비스인 모양이다. 그러더니 미터 요금에 톨비에 팁까지 챙겨서는 사라졌다. 쌀쌀한 런던의 아침 공기를 맞으며 호텔에 들어선 우리는 일단 짐을 맡기고 런던 시티투어에 나섰다.
| 2층 버스에서 바라본 런던 시내 풍경.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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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론트에서 이틀짜리 시티투어 패스를 구입하고는 가장 가까운 정류장으로 향했다. 런던의 상징 빨간 이층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층에 올라가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데 너무 춥다. 바람이 슝슝 다 들어오는 탓이다. 십분여만에 1층으로 피신했지만, 추위를 막기는 무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올 때 옷을 그렇게 두텁게 챙기지 않았기 때문. 런던의 추위는 우리나라 추위랑 좀 달랐다. 으슬으슬 추운 느낌이랄까. 살을 애는 듯한 찬바람은 아니지만,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호텔로 철수하기로 했다. 런던 한복판에도 차이나 타운은 꽤 크게, 그럴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 반가운 칭따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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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둘러보던 우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맛이 괜찮을 것 같은 곳을 찍어 들어갔다. 따뜻한 우롱차를 돈 주고 마시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인다. 춥지만 칭따오가 빠지면 서운하다. 맥주 한 잔으로 런던 입성 축하주를 대신하고, 딤섬과 요리, 밥을 시켜 먹었다. 배도 고팠고 너무 추워서 사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딤섬류가 맛있었던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체크인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방으로 일찍 체크인했다. 역시나 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방에 오니 노곤노곤 피로가 몰려오고, 그대로 낮잠에 빠져들었다.
| 호텔에서 준비한 웰컴 과일과 케이크.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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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적어도 세 시간 이상은 잔 모양이다. 저녁도 먹어야겠기에 호텔 프론트에 물어 근처 괜찮은 펍을 알려달라고 했다.
호텔에서 알려준 곳은 킹스웨이(Kingsway)에 있는 세익스피어스 헤드(Shakespeare’s Head). 세익스피어스 헤드는 1735년 만들어진 펍으로 28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세익스피어 친척이 운영했다고 알려진 이곳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오리지널은 옥스포드 서커스 역 근처이고, 킹스웨이(KingsWay)와 알링턴웨이(Arlington Way)에 체인점이 있는 듯하다.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긴 했는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치열하게 자리전쟁을 벌인 결과 그래도 의자가 있는 동그란 테이블의 절반을 차지하고 앉았다. 1664와 기네스 한잔씩 시키고, 런던에서 꼭 먹어야 할 것 같은 피쉬앤칩스를 주문했다.
| 세익스피어스 헤드에서 먹은 오리지널 피쉬앤칩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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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사려면 직접 탭이 있는 곳으로 가 돈을 계산하고 받아와야 한다. 시끄러운 음악에 사람들 소음까지 더해져 정말 영국 펍같구나(처음 가봤지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신랑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맥주도 마시며 마음껏 즐긴다. 펍 구석에 있는 슬롯 머신도 한 번 돌려본다. 처음에는 꽤 오래했는데, 두번째 하니 바로 게임이 끝나버렸다.
| 슬롯머신 앞에서 한컷.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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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리로 와 런던 프라이드와 에딩거를 한잔씩 추가했다. 안주도 하나 더 시켰는데 이건 안주라기보다 그냥 파르페 비슷한 디저트같다.
런던에서의 첫날이 다소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 내일은 단단히 무장하고 여기저기 시티투어를 다니리라 다짐해본다. 어릴 적부터 꼭 와보고 싶던 런던에 신혼여행을 오니 감회가 남다르네. 반갑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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