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2.2%씩 증가한다고 보고, 원전을 2기 더 짓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규 원전이 들어설 곳으로 삼척(대진 1·2호기) 또는 영덕(천지 3·4호기) 중 한 곳을 2018년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원전 증설에 대해 지난해 1월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건설키로 한 기존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에 이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산업부는 원전을 더 지었을 경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에 대해서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통해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사실상 원전 증설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12% 수준으로 낮춰주면서 국내 감축목표인 25.7%를 달성하려면,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해 원전 증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골자인 정책 목표를 무시하고 원전 비중만을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는 꼬집었다.
또 발전량의 15% 이상을 집단에너지·자가용 발전기 등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하고, 발전소를 송전선로 여유부지에 우선 건설해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는 등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의 경우 원자로 냉각 및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바닷가에 여러 기를 함께 건설해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한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에너지기본계획을 따르게 되면 오히려 원전을 늘려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전력 다소비 산업이 앞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으로 전력 수요가 과거처럼 늘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원전 비중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원전 증설 계획을 밝힌 것은 명백한 정책적 의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집중식 발전설비인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과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송전체계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을 추가로 짓겠다고 한 것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현재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가 착공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접 지역에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을 또 추진하는 것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한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력소비 증가율이 2013년 1.8%, 2014년 0.6% 등 최근 떨어지고 있는데도 연평균 증가율을 2.2%로 산정하는 등 원전 증설을 위해 수요 예측이 부풀려졌다는 이유다.
산업위는 산하 에너지소위원회 주관으로 이번 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새 원전 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