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면세점 전쟁]`놓치면 후회`..유통社 다 뛰어든다(中)

15년만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개설
성장성 높고 수익률 좋아 유통社 모두 군침
신세계·한화·현대 의욕 높아
여행·중소기업 경쟁도 `후끈`
  • 등록 2015-01-25 오전 10:02:28

    수정 2015-01-25 오후 6:31:37

지난해 10월 개장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내부 모습.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를 15년 만에 처음 얻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내고,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허용한다고 하자 신세계그룹의 한 임원이 한 말이다. 신세계(004170)뿐만이 아니다,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069960) 등 유통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새로 생기는 서울시내 면세점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롯데쇼핑(023530), 호텔신라(008770) 등 서울시내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존업체들도 황급히 주판알을 튕기며 입찰 전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시내 면세점 입찰 이슈가 유통업계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유다.

시내 면세점 왜 뜨거운 감자 됐나

2001년 이후 공항을 제외하고 새로 생기는 면세점은 대기업들의 몫이 아니었다. 정부는 균형발전과 세금을 면제해주는 면세 사업의 특성상 시내에 생기는 면세 사업권은 중소기업에만 나누어줬다. 대기업이 시내에 면세점을 운영하려면 기존 면세 사업권을 인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황금상권 서울에서는 기존 면세사업자들이 사업권을 좀처럼 내놓지 않아 서울에 면세점을 새로 차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서울에 신규 면세점을 내기로 하고 대기업 입찰 참여 제한도 풀자 유통 대기업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특히 지방과 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와 한화는 이번에 반드시 서울 입성의 꿈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면세 사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백화점, 현대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등 유통 대기업들도 새로 생기는 면세점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개발에 집중했던 현대산업개발은 면세 사업 진출을 발판으로 그룹 역량을 유통쪽으로 옮기겠다는 장기 청사진도 내놨다.

롯데, 신라 등 면세접 업계 터줏대감도 새 사업자의 진출을 넋 놓고 바라보지는 않을 방침이다. 롯데는 이미 서울 3곳(명동, 강남, 코엑스)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만큼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면세점 한 곳을 운영하는 신라는 내부적으로 입찰 준비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은 유통 대기업 입장에서 기존 업종과 시너지가 날 수 있어 정말 좋은 호재”라며 “대부분의 유통 대기업들이 이번 입찰 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외관 모습
알짜 중 알짜 시내 면세점

유통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면세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성과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이 경기 침체로 성장 부진을 겪고 있지만, 면세 시장은 지난 5년간 비약적으로 발전을 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4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 5000억원으로 66%나 확대됐다. 최근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백화점 업계와 한자릿수 성장세에 갇힌 대형마트 업계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면세점 매출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遊客)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187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는 612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공항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대기업 유통사들이 시내 면세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공항면세점은 매년 수천억 원의 임대료를 공항공사에 내야 하지만 시내 면세점은 매출 수수료(0.05%)를 제외하고 정부에 별도로 지급하는 비용이 없다. 롯데와 신라가 지난해 공항공사에 낸 임대 수수료는 6000억원에 달한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도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는 면세점 사업은 유통업체에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임대 수수료가 없는 시내 면세점은 기회가 온다면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중소기업 입찰 경쟁도 ‘후끈’

정부가 서울에 새로 생기는 면세점 3곳 중 1곳은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하기로 하면서 이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우선 면세사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업계가 중소기업 면세 시장에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면세점에 관광객을 연결해 주고 그동안 수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직접 면세점을 운영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에 기대지 않고 여행 상품과 쇼핑을 자연스럽게 연결 할 수 있다”며 “여행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면세 사업자들도 서울 입성을 위한 계산에 들어갔다. 현재 울산, 대구, 대전 등 지방 7개 도시에서 중소기업들이 면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에 진출하면 단박에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일부 업체는 입찰 준비를 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 면세 사업자는 “면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과 제주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만 그 혜택을 보고 있다”며 “서울에서 면세 사업권을 따낸다면 굳이 지방에서 면세장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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