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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 논란이 뜨겁다.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 교수가 논쟁에 불 붙인 이후 국내에 옮겨붙은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택·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키워드다. 국내 가계 자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어서다. 문제는 실태 파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시각에 따라 해석과 처방이 크게 갈린다는 점이다.
국내 학계의 대표 전문가 2명에게 부동산 시장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너무 비싼 집값…정부가 부동산 자산 불평등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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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불평등의 확대는 한국 특유의 주택정책레짐(regime)에서 연유한다. 한국의 주택정책은 ‘낮은 자가보유률‘, ‘공공임대주택부족’, ‘민간임대 방치‘, ‘자산불평등 심화’ 등을 생산하는 구조를 내부화하고 있다. 주택보급율과 주택보유율의 차이는 주택정책이 그간 어떻게 작동해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05-2010년 사이 전국의 주택보급율은 98.3%에서 101.9%로 3.6%로 증가한 반면, 자가보유율은 60.3%에서 61.3%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율은 93.7%에서 97.0%로 5.3% 증가, 자가보유율은 50.4%에서 51.3% 0.9%로 증가해, 그 차이가 더 크다.
부동산 불평등이 최근 들어 확대되는 데는, 이렇듯,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7여 년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무수한 대책을 쏟아 냈다. 대부분 매매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시장의 정상화’란 이름으로 매매활성화를 넘어 경기활성화를 위한 시장 부양책을 쏟아내는 데 경주하고 있다. DTI.LTV 완화, 재건축 규제완화, 거래세 및 보유세의 인하 내지 감면, 양도세 인하 등 다주택 보유 지원, 임대과세 부과철회, 임대주택공급의 축소, 비시장적 임대차 선진화대책(예, 전월세상한제) 보류 등이 그러하다. 이 대책들은 하나같이 여유 있는 자들이 주택을 더 쉽게 사고팔게 하면서 가격상승을 부추겨 주택(자본)의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들이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선 주택정책을 더 이상 산업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부동산을 자산축적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수단으로 관리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복지는 ‘주택자원의 사회적 재배분‘에 부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가계 부의 구성을 비(比)주택부동산 부문으로 중심을 옮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본시장 육성이 필요하다. 주택가격의 안정화는 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다. OECD국가의 반에 해당하는 복지지출을 지금의 배로 늘리되(GNP의 8%에서 OECD 평균 20%로), 그 대부분을 주거복지재원으로 충당하면 ‘전면적 주거복지’는 실현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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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몇 가지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한 판단에 오류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국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을 가지고 서민의 소득으로 한 푼도 안 쓰고 몇 십 년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다는 등의 상당히 자극적인 해석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고가주택지역 주택가격을 그 나라 서민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과 비교해보면 몇 십 년을 모아야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라는 것이 반영구적인 사용에서 발생하는 미래 임대소득의 현재가치로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몰려 살고, 생산성이 높은 대도시의 경우 그 임대료의 수준이 소도시에 비해 높고, 또한 더 높은 임대료가 형성되는 고가주택지역의 주택가격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주택가격 수준의 적정성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지표인 특정 도시의 중위소득대비 중위주택가격의 비율을 국내에서 자가 가구의 거래대상 주택이 되는 아파트 및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을 포함한 실거래가격을 이용해 산정해보면 국내 도시들의 주택가격이 해외 비슷한 규모의 도시들과 비교해 높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또 국내 주택가격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1990년 이후 20여 년간의 주택가격 변동을 물가지수로 실질화해 비교해보면 다른 유럽국가들의 평균적인 상승률뿐 아니라 항상 관심이 되는 일본과 미국의 버블붕괴 이전의 실질주택가격 상승과 비교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국민적인 정서는 국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심각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런 정서적 반감은 어찌됐든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열매를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독점하게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 다주택자들이 투기적인 행태로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무주택자 서민은 집 한 채 못 가지고, 고통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지 임차가구의 비율은 40% 내외로 유지된다. 모든 사람이 주택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누군가는 여분의 주택이 지어질 수 있도록 투자하고, 소유해 임대를 할 수 있어야 주택임대시장이 안정된다. 그런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기업형 민감임대사업자가 거의 육성되지 못한 국내에서는 다주택자들이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을 억제해 결국 서민들이 높은 전세와 월세를 부담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저출산 저성장시대가 심화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임대수입에 기초한 충분한 수의 임대사업자가 그 기능을 담당해줘야 한다. 지금은 저성장시대의 안정적인 주택시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성장기 규제의 틀을 벗어버리는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그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이 양면성을 지닌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의 재정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