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우리의 강 '녹조라떼' 오명 벗으려면

  • 등록 2014-08-07 오전 7:15:49

    수정 2014-08-07 오전 7:15:49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몇 년 전부터 우리의 주요 강 은‘녹조라떼’라는 오명을 안고 흐르고 있다. 주요 강에 대한 언론보도는 상당 부분이 녹조에 관한 것이고, 포털사이트의 연관 검색어에도 ‘녹조라떼’라는 말이 버젓이 올라 있다. 녹조가 빈발하게 된 원인에 대해선 정부·학계·시민단체의 전문가들이 조사 중이나 어찌됐든 우리 강이 ‘녹조라떼’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는 이른 가뭄과 봄철 고온현상으로 녹조발생이 유독 빠른데다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까지 겹쳐 녹조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녹조는 하천 또는 호소가 부영양화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통상 질소, 인과 같은 영양물질이 많아지는 봄에서 가을 사이 심하게 나타난다. 수온, 수량, 일사량, 영양물질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봄부터 가을까지는 녹조류, 남조류, 겨울에는 주로 규조류에 의해 일어난다. 부영영화가 발생한 하천이나 호소는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강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

녹조가 불편한 이유는 심미적인 문제도 있지만 지오스민(Geosmin)이란 물질을 통해 불쾌한 맛과 냄새를 만들어내고, 정수처리과정에서 여과지를 폐쇄하고 응집과 침전을 저해하는 등 정수처리비용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해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의 경우 위, 간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우리 강은 국민 여가공간으로도 선용되고 있어 친수공간으로서 하천의 역할이 줄어들고, 생태계 균형 파괴, 생물종의 단순화를 불러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인은 철저히 규명하되 통제 가능한 요소부터 녹조발생의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수온, 일사량 등은 자연발생적인 요소로 우리가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폐수처리장처럼 다량의 영양물질을 배출하는 점(點)오염원과

시, 도로, 농경지 등에서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는 비점(非點)오염원을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0년 환경부의 수질오염물질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동안 배출되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1640톤, 총인(TP)이 97.8톤으로 나타났다. 그 중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비점오염원 부하율은 68.3%로 2020년에는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인해 약 72%까지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점오염원은 전국적인 하폐수처리장의 설치와 관리,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오염유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등 관계기관에서는 하천 주요지점의 조류 농도와 정수장의 지오스민, 마이크로시스틴 등에 대한 검사를 하고 있으며, 기준 이상 발생 시 기술지원을 통해 정수처리 공정을 전환하고, 녹조가 심할 경우 수질, 수량, 기상여건 등을 고려해 비상방류도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비점오염원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제1차 비점오염원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한강 등 주요 수계에 총 47개의 비점오염원 저감시설을 설치했고,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총 542억 원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높아지는 비점오염원에 의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주요 지점에 더 많은 비점오염원 저감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관심과 제2차 비점오염관리대책에 따라 2020년까지 하천, 산림, 도시 등에 따라 맞춤형 관리가 이루어지고 관련 시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영향개발기법 적용, 비점오염저감형 그린빗물인프라 구축과 같은 첨단 환경기술과 하천, 상수원보호구역내 경작 금지, 임목폐기물의 유출방지, 훼손지역 복원 등 자연발생적인 대책이 조화롭게 담겨있어 보다 높은 수준의 비점오염 저감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어느 한 순간 눈에 띄게 녹조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다른 노력과 함께 철저한 비점오염원 관리로 조금씩 영향 요소를 줄여나간다면 우리 강이 녹조라떼의 오명을 벗을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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