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만 커진 뮤지컬시장 '허약체질'

- 제작사 경영악화
'키다리아저씨' '스위니 토드' 등 취소 잇따라
폭발적 성장에 치솟은 제작비 큰 부담
- 빈곤악순환 공급과잉
작품 제작수 해마다 10% 늘어나
지난해만 2500편…흥행성 떨어져
  • 등록 2014-06-30 오전 7:42:25

    수정 2014-06-30 오전 8:13:46

오는 8월 공연 예정이었던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한 장면. 손드하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국내에는 2007년 처음 소개됐다. 섬뜩하면서도 매력적인 드라마와 음악으로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계 관계자는 “마니아 층까지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까지 취소된 건 충격이다”고 말했다(사진=뮤지컬해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뮤지컬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파로 투자가 보류되고 제작사의 경영악화가 가시화되면서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잘될 땐 수십억원의 수익도 가져다주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그조차 옛말이 됐다. 뮤지컬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간 여러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앞다퉈 달려들면서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고 결국 곪았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뮤지컬도 흥행사업이다보니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업 앤 다운’이 심하다”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제작비는 그 이상으로 상승했고 부담의 상당 부분은 제작사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 등 공연 취소

오는 8월 공연 예정이던 ‘스위니 토드’와 ‘키다리 아저씨’는 얼마전 공연을 취소했다. 제작사 뮤지컬해븐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제작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스위니 토드’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키다리 아저씨’는 같은 공연장의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뮤지컬해븐은 그간 ‘쓰릴 미’ ‘넥스트 투 노멀’ ‘알타보이즈’ 등 뚜렷한 색깔을 가진 무게감 있는 작품을 알차게 선보였던 제작사로 뮤지컬계의 충격은 컸다.

‘패션뮤지컬’이란 타이틀을 내걸었던 뮤지컬 ‘뮤즈’도 무산됐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뒤르의 뮤즈에 대한 집착, 욕망 그리고 사랑을 다룬 창작뮤지컬이었다. 패션을 테마로 한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예고하며 5월부터 8월까지로 예정됐지만 결국 올리지 못했다. 이외에도 오는 9월 초연 예정이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가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고,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뮤지컬화도 잠정 보류상태다. 8월과 9월에 각각 공연 예정이던 ‘마마, 돈 크라이’와 ‘양들의 침묵’, 10월로 예정됐던 ‘도리안 그레이’도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제작사의 경영난도 발목을 잡았다. 영국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폭풍의 언덕’은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지난해 말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강동아트센터와 컴퍼니다가 공동제작한 작품. 김영호, 서범석, 서태화 등 주역 배우의 캐스팅도 끝난 상황에서 올 1월로 공연을 한 차례 연기했다가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제작사 측은 공연예매 사이트를 통해 사과 공지문을 띄우고 전액 환불조치는 물론 결재금액의 10%를 환불보상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강동아트센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현재로선 다시 올릴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출혈경쟁’…빈곤의 ‘악순환’

제작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공급과잉’이다. 시장이 커지다보니 뮤지컬 제작편수가 늘어났고 출혈경쟁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공연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연간 뮤지컬 제작편수(아동·가족뮤지컬 및 중복공연 포함)는 2008년 1544편, 2009년 1653편, 2010년 1880편으로 해마다 10% 가량 증가했다. 2011년부터는 2000편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500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출연할 작품수가 많아지다보니 스타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았고 이는 고스란히 제작비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제작사의 크기와 흥행성, 캐스팅 정보 등을 꼼꼼하게 따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연이 무산될 경우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는 “현재는 공연되는 뮤지컬 수가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비해 3배 이상이 많다”며 “투자사와 제작사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서 양질의 작품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질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해외 공연 모습(사진=뮤지컬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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