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다시 2000선에 서서

  • 등록 2012-02-09 오전 7:54:11

    수정 2012-02-09 오전 7:54:11

[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첫 입학, 첫 데이트 등 처음이라는 말이 붙는 단어에는 기대감과 설레임, 두려움이 공존한다. 하지만 같은 경험들이 반복되면 그 감정들의 크기는 작아지기 마련이다.

주식시장이 다시 2000선을 넘어섰다. 6개월여만이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아직 어렵다고 하는데, 연초 1800선 초반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2000선에 도달했다. 유동성, 즉 돈의 힘과 함께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모습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처음 2000선, 그리고 두번째로 2000선을 넘었을 당시의 감흥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처음 느꼈던 감정의 크기가 작아진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각 투자자들이 많이 산 종목들의 주가등락을 단순 비교해본 결과, 외국인과 기관들이 산 종목은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은 오히려 연초 대비 하락한 경우가 많다.

다시 2000선을 넘어선 증시의 과실을 얻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증시 상승은 곧 수익`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으니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도, 랠리가 계속된다는 전망들이 나와도 과거보다 덤덤한 반응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큰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이 테마주로 돌아가는 것을 마냥 탓하기만도 어렵다. 제대로 올라타기만 하면 짧은 기간에 몇배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법이다.

이렇다보니 갖가지 루머도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개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코스닥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1조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수차례 경험했듯이 테마주의 생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금, 다시 한번 호흡과 시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챙겨야할 변수들은 여전하다. 오늘(9일)은 옵션 만기일이다. 크진 않더라도 만기일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도 예정돼 있다. 일단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뉴욕 증시는 관망세로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우리 증시를 이끌어온 외국인의 수급이 단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오랜만에 회복한 코스피 2000선의 안착 여부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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