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매각 가격도 관건이 될 겁니다. 사려는 쪽과 팔려는 쪽이 손손실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니까요. 매도자는 사업의 가치 자체를 볼테고 매수자는 추정 손실을 다 따질 겁니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14일 이데일리와 신년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인수 방식을 통해 추진중인 부실 저축은행 처리에 있어 또다른 고비는 매각 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각가격 산정을 둘러싸고 매수자와 매도자간 이견이 크다면 부실 저축은행 처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그러나 정부 의지와 금융지주사 협조로 10여개 부실저축은행이 소화되면 나머지는 자발적 노력으로 할 수 있다"며 "올해 고비를 잘 넘기면 내년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증거로 2010회계년도 상반기(2010년7월~12월)에 저축은행 105개사중 60개 이상이 흑자기업이 됐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는 "PF 충격에서 벗어난 기업은 정상적으로 가고 있고 물린 곳의 문제만 남은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잘되고) 올해 큰 외부 충격만 없다면 희망적이라고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수익자·책임자 부담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은 예보기금내 공동계정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저축은행 부실은 무리한 PF 대출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것으로 업계가 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 고유의 먹거리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는 ▲영업구역내 50% 이상 대출룰 완화 ▲담보물 있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다음은 주용식 회장과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대담= 김기성 금융부장, 정리= 김보경김국헌 기자, 사진= 한대욱 기자]
| ▲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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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어떻게 보나
▲금융지주사 인수·합병(M&A) 문제에 회원사들이 보는 총론적인 시각은 불확실성이 제거돼서 저축은행 업계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매각 대상이 나라면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총론과 각론은 다르다. M&A는 시장가치로 협의되는 것이 좋다. 계량화된 가치만 생각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 부실 저축은행 6개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결국 가격이 관건이라고 본다. 매각자와 인수자가 순손실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리라고 본다. 매각자는 사업의 가치 자체를 볼 테고 인수자는 추정 손실을 다 따질 것이다. 금융지주사는 주주들 때문에 저축은행을 객관적 가치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은행연합회가 예보 공동계정 신설 반대에서 수용쪽으로 물러섰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공동계정인가.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본다면 유일한 대안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로 금융권이 힘들었을 때 정부가 은행에 87조원을 출자 및 출연 형태로 지원한 반면 저축은행에는 예금대지급 형태로 8조원을 투입했다. 그래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
보험금을 낸 금융기관이 계정 혜택을 보는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따진다면 저축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저축은행에 줄 돈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금융시장 신뢰도 사라진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시장 안정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수익자 책임자 부담 원칙으로 보면 다른 권역의 반발 논리가 맞지만 사회비용 분담이란 측면에서 봐야한다. 공동계정은 오래 끌 문제가 아니다.
-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의 책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인데
▲반성하고 있고 대주주가 책임져야할 문제라고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다 맡을 수 없으니 대형사를 맡아서 처리하고 중형사는 대주주가 나서서 동참하라고 하는데 당연히 저축은행이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동참하지 않고 있느냐? 지난해 4월부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양해각서(MOU) 맺으면서 자본 증자 5000억원과 자산 매각 1조원을 약속한 뒤 이행하고 있다. 약속한 것들을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고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동참도 본격화할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신중하게 사태를 보고 있고 필요성과 시기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 ▲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도렴동 저축은행중앙회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를 했다. 사진 오른쪽은 김기성 금융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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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 부실은 오래 지속된 문제다. 업계도 할 말은 있을텐데
▲구조적인 문제다. 저축은행은 기본이 취약했지만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커졌다. 신용등급 1~10등급 금융 수요자중에서 저축은행 이용자는 7등급 이하다. 고객의 70% 이상이 7등급 이하다. 상환능력이 취약하니 부실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과거에는 정부가 먹거리를 만들어줬지만 금융업권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고유의 먹거리가 사라졌다. 커져버린 저축은행을 수용할 만한 별도의 먹거리를 줘야 한다. 당국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저축은행의 먹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나
▲많은 중소 저축은행은 지방에 있다. 그런데 지방경제가 침체되면서 대출할 곳이 많지 않다. 여신 50% 이상을 지역경제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원칙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저축은행이 수신을 줄여야 할 정도다. 서울에서 수신 자금 일부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제1금융권에서 제한하고 있는 소비행태적 업권을 저축은행 고유 업권으로 만들어달라. 과거에는 숙박업, 요식업, 술집 등을 저축은행 육성 차원에서 고유 업종으로 만들었다. 또 부동산 PF와 다른 부동산 담보 대출을 상당히 제한했는데, 부동산 담보 대출 여신을 탄력적으로 완화해줘야 한다. 담보가 있는 대출은 부실화되지 않고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다.
| ▲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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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저축은행업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 고비를 잘 넘기면 내년은 한결 나아지지 않겠나. 저축은행 2010회계년도 상반기(2010년7월~12월)에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적자다. 그러나 저축은행 105개사 중에 60개 이상이 흑자다. 2년 죽자 살자 뛰니까 상반기 절반 이상이 흑자기업이 됐다. PF 충격에서 벗어난 기업은 정상적으로 가고 있고 물린 곳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올해 큰 외부 충격만 없으면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과거 부실에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다면 부실은 분명히 쌓인다.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고 있고 정부의 정책과 국민적 요구가 연동해 나쁜 측면보다는 좋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정부 의지와 금융지주사 협조로 10여개 소화되면 나머지는 자발적 노력으로 할 수 있다. 부실 위험 없고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서민금융, 주택금융 등을 풀어주면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용식 회장은
주 회장은 1952년생으로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1982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들어섰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담당관,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8월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맡았다. 전문성을 갖춘데다 발이 넓고, 열정적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