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지역민심`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된 1박2일 강행군의 둘째 날이 시작됐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이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정 총리는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그간 정부만 이야기하고 소통이 안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1박2일이고, 2박3일이고 머물면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세종시 발전방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말 내내 싸늘한 현지 민심을 상대한 것 치고는 뜻밖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정 총리, 지역 주민과 `에쿠스vs소나타` 논쟁..재연된 계란세례
정 총리 일행은 그 전날(12일)까지만 하더라도 `격한 지역민심`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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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토론회가 열렸던 KBS 대전총국 앞에서는 계란 세례를 맞았다. 토론회를 마치고 방송국을 빠져나가는 정 총리 일행이 탄 버스에 자유선진당 당원들이 계란을 던진 것.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 `첫마을`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 역시 파행으로 얼룩졌다.
`원안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주민대표들의 항의성 질문에 정 총리는 세 번이나 말이 끊겼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1, 2분만 더 들어달라”는 정 총리의 부탁을 외면하고 "더 들을 것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설명회가 열린 장소 주변에는 주민 50여명이 `X`자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항의 시위를 했다.
◇ 여론 주도층 "정부가 소신대로 추진하되 소통에 정성 기울여야"
정 총리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박을 하고 나서 부터였다. 격한 반발이 지역여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는 이틀 동안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 원로들과 종교계 인사, 대학 총장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은 “대체로 `정부가 소신을 가지고 추진하되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정성을 들이는데 전력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지역 원로는 “둔산에 있는 (통계청 등의) 청 단위 부처들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고 말한 것으로 김 실장은 전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대전 청사 주변에는) 금요일마다 서울로 가는 관광버스가 줄서있다. 주말 마다 공동화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와 달리 차분한 공주지역.."정치 논리가 엮여 복잡해져"
세종시 예정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군과 달리 공주시 일대는 차분했다. 공주는 정 총리의 고향이다. `원안 사수`를 주장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정 총리 일행에 항의하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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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인 정 총리는 이날 세종시 공사부지 한 가운데에 있는 공주 당암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를 함께 한 100명 남짓 신도들은 정 총리가 소개되자 박수를 치며 따뜻하게 맞았다.
정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는 길에 빈집이 많고 폐허가 된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여러분들이 느끼실 상실감과 낭패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 뒤 대한불교조계종 6교구 마곡사를 찾아 오찬 공양을 했다. 마곡사 입구에서 한 40대 여성은 “(정 총리 고향인)탄천에서 왔습니다. 오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고 말하며 인사했고, 정 총리는 반갑게 맞았다. 일행 중 한명이 “TV에서 본 것보다 훨씬 잘생기셨다”고 하자 활짝 웃기도 했다.
하루 사이를 두고 나타난 차이점에 대해 지역 사정에 정통하다는 한 인사는 "수정안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며 "수정안이 지역발전에는 더 도움 될 것이란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엮이다보니 복잡해졌다"고 주장했다.
정운찬 총리는 당분간 주말마다 충청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도 점차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일단 지역 여론을 최대한 많이 듣겠다는 입장이다. 정 총리는 얼마전 한 토론에서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고 했다. 주말 일정 후반부에 눈에 띈 표정의 변화는 이런 기대에 대한 확신이 강해졌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