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0%`대의 정체 국면을 나타냄에 따라 이른바 `기저효과`라는 착시현상을 일정부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한국 경제가 위기 전 정상궤도로 예상보다 빠르게 향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침체 후 재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경제 개선을 바탕으로 한 수출 호조가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경제회복의 관건인 민간의 소비 및 투자 등 자생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기 이후 민간을 대신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해온 정부 재정의 바통을 민간이 순조롭게 이어받고 있다는 게 KDI 전망의 핵심 포인트다.
이런 맥락에서 KDI는 위기 극복 처방전으로 내놓은 중소기업 보증확대 등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의 점진적 시행을 주문했다. 자산거품을 막기 위한 출구전략의 핵심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내년 1분기중 단행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전망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경제전망 보고서를 총괄한 김현욱 KDI 선임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정책 변경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현재의 확장적인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1분기쯤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견해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 재정→민간 `바통`..선순환구조 형성
KDI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는 선순환구조 형성의 원동력으로 수출호조를 꼽았다. 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수출이 중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되면서 최근의 경제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 호조→생산 확대→소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2%로 올려잡으면서 수출 감소율을 -2.3%에서 -1.6%로 상대적으로 크게 낮췄다는 게 이를 입증이다. 실제로 3분기 수출 실적은 전기대비 4.4% 늘어 2분기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전년동기대비로도 0.9% 증가,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도 꿈틀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라 국내총소득(GDI)이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정도로 증가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이 늘어난데다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 경상수지 흑자 행진, 원화가치 하락, 저금리 기조 등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환율 하락이 내수와 투자를 늘리고 물가를 2%대(올해 2.8%, 내년 2.7%)로 안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기업의 재고조정 마무리가 생산 확대를 견인하는 또다른 중심축으로 지목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민간의 고용창출 능력을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 KDI는 "공공부문 고용효과 약화 등의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고용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취업자수는 20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3.7%에서 내년 3.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더블딥 희박`..회복 속도는 `완만`
KDI는 한창 논쟁이 붙고 있는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례없는 타격을 받았던 세계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개도국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 내외로 추정했다.
김현욱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와 같은 속도로 세계 경제가 급락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내년 5.5%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대비 2%대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 2분기와 3분기에 비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의 전기대비 성장률 추정치는 각각 1.0%와 1.1%다. 회복기조는 지속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해진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성장률 2.2%, 올해 0.2%, 내년 5.5%를 감안하면 내년말에도 과거의 5% 안팎의 잠재성장률 추세선에 진입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오석 KDI 원장은 "3년 성장률을 평균하면 3%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며 "위기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베이스는 4.5%로 보고 있지만 투자가 잘 되면 5% 초반대의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 "저금리기조 점진적 정상화..재정건전성 확보해야"
KDI는 위기시 비상조치를 점차적으로 철회하고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의 정책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감안해 저금리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경기 회복세 지속에 따라 총수요압력이 플러스로 반전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화정책 효과의 시차 존재와 급격한 정책 변경에 의한 충격 최소화를 위해서 현재의 확장적인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적극 배제하는 등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세입 측면에서도 비과세·감면 및 소득·세액공제를 축소해 과세표준을 확대하는 동시에 세무행정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소득파악률을 높여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신용보증기관들의 긴급 보증지원에 대한 정상화 목표 및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증가와 관련해선 "외화차입 형태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국내 외화수요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기관의 장기 외화채권 등을 통해 대체적 외화공급량을 확보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