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네오콘(Neo-conservative : 신보수주의)의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네오콘은 최근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구(舊)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부터 동시 공격을 받고 있으며 내부에서 조차 분열과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18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올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네오콘의 위상은 난관에 직면할 수 있지만, 지난 40여년간 네오콘이 보여준 자정능력과 생명력을 감안할 때 위기를 딛고 새롭게 변모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네오콘, 이라크 후폭풍에 직면
부시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자, 일명 네오콘의 뿌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등·반전·진보주의에 염증을 느낀 민주당내 일부 세력이 공화당으로 옮긴 것이 네오콘의 출발. 이들은 군사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핵무기에 의한 선제공격을 추구한다. 또 약소국에 대한 경제지원 등도 미국의 외교정책 전략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11테러 이후 네오콘은 부시행정부내 국방과 외교분야를 장악하며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차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네오콘의 기세는 최근 이라크전쟁의 후폭풍에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네오콘의 신뢰성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이들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9·11테러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의해 사담후세인 정권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났고,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며 유엔헌장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내부 분열 양상
이라크 전쟁으로 네오콘은 외부의 거센 비난은 물론, 내부 분열까지 겪고 있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인 존스홉킨스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내셔널인터레스트` 최신호에서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합법성을 흔들었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안겨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親)네오콘 성향인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후쿠야마의 주장은 엉터리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네오콘 대표 계간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 다음호에 후쿠야마를 반박하는 글을 기고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부시 대통령이 올 대선에서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네오콘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설사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네오콘은 이라크 정정과 정부내 보수주의의 내분으로 큰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오콘의 생명력
네오콘의 종말을 고하기엔 이르다. 네오콘은 여전히 부시 행정부내 보수진영을 이끌고 있고, 인간배아세포 복제 반대론자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지배력을 잃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온건보수는 부시행정부를 장악하지 못했고, 구(舊)보수도 북동부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네오콘에 맞설만한 경쟁자가 현재로선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압력단체들도 감세나 총기보유 등 협소한 사안들에 초점을 맞춘 뿐 네오콘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특히 지난 40여년간 네오콘은 풍부한 지적 창조력을 무기로 극적인 변모를 보여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후쿠야마 교수의 비판의 목소리 등 네오콘 내부의 대립은 네오콘을 다시 한번 현실에 걸맞게 변모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