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미 예상됐던 일이긴 했어도 익사이트앳홈의 몰락은 미국인들에게 인터넷 버블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물론 가장 큰 의문점은 한 때 인터넷 시대의 총아로 불렸던 회사가 왜 망했는가 이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경영진의 실책, 이사진 내의 불화, 경쟁업체의 위협, 케이블 업체의 탐욕 등이 어울려 익사이트앳홈의 몰락을 재촉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브로드밴드 업체인 익사이트앳홈은 한 때 기업가치가 350억 달러에 달했다. 지금 시장가치 3억5000만 달러를 가지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기업이었다.
사실 익사이트앳홈은 출발부터 뭔가가 달랐다. 우선 대부분의 탑 케이블 업체의 케이블-TV 네트워크에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접속시킬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속된 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가 가능할 수도 있었던 것. 그 덕분에 지금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420만 명으로 미국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야후나 AOL과 경쟁할 수 있는 익사이트라는 포탈도 보유하고 있었다. 아울러 AT&T, 콕스, 콤캐스트, 클라이너 퍼킨스 등과 같은 든든한 돈 줄도 확보하고 있었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앤젤 인베스터스라는 벤처 캐피털의 론 콘 웨이는 “완벽한 결합으로 보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 스타 팀이라고 부를 만한 인적 자원도 보유하고 있었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 케이블 업계의 거물인 존 말론, AT&T의 암스트롱 등이 뒤를 받쳐줬다. 전성기의 실리콘 그래픽스를 운영했던 토머스 저물록이 CEO로 있었으며, 익사이트를 만든 벨도 CEO로 있었다.
어쨌든 익사이트앳홈은 망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이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경영진의 실수와 자존심의 격돌, 탐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회사가 망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케이블 업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챙긴 뒤 떠났고,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그 부담을 안았다. 콕스 커뮤니케이션스와 콤캐스트의 경우, 내년 6월까지 익사이트앳홈의 서비스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계약을 조기에 끝내겠다고 협상을 벌였다. 자체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의문은 AT&T를 둘러싸고 제기된다. 74%의 지분을 갖고 있는AT&T는 이사 11명 중 6명을 자기 사람으로 심어놓고 있었는데, 과연 이들이 익사이트앳홈이나 주주들을 위해 일했느냐 아니면AT&T가 헐 값에 사들일 수 있도록 부도가 나게끔 유도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밝혔다. 비즈니스 위크는 최소한 익사이트앳홈으로 하여금 올 초까지 네트워크에 엄청난 투자를 하도록 회사를 몰아붙였고, 현금이 줄어들자 추가 투자를 거절하고는 (며칠 후 철회하기는 했지만) 익사이트앳홈의 네트워크를 단 3억 7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AT&T는 익사이트앳홈을 도산하도록 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한다.주식 인수 자금에 35억 달러나 들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AT&T의 집행부사장이자 익사이트앳홈 이사였던 존 페트릴로는 “경영진의 경영 실수와 온라인 광고의 급격한 하락, 꾸준히 제기된 품질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AT&T에는 익사이트앳홈을 구제할 어떠한 의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익사이트앳홈의 경영진들은 과거의 명성과 걸맞지 않게 수많은 실수를 범했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말했다. 가장 치명적 실수는 투자와 기업 인수로 거액을 날려버린 것. 만약 그 돈이 있었으면 회사가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강조했다. 가장 뚜렷한 실패 사례는 각종 ‘축하, 감사 카드’ 사이트인 블루마운틴닷컴을 인수한 것. 인수에 7억 8000만 달러나 들였다. 이중 현찰지급액은 3억 5000만 달러였다. 블루마운틴은 1999년 당시에도 매출이 없었을 뿐 아니라 결코 대박을 터뜨리는 사업이 못됐다. 블루마운틴은 지난 9월에 3500만 달러에 팔렸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다. 익사이트앳홈은 주식 발행으로 2억 1000만 달러, 채권 발행으로 거의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그런데 지금 회사 주식은 단 3센트에 거래된다. 채권 투자자들은 자산 매각이 완료될 경우, 달러당 10센트를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익사이트앳홈 때문에 피해를 입은 곳은 투자자만이 아니다. 다른 브로드밴드 사업자도 타격을 받았다. 가장 크고 가장 미래가 확실해 보였던 회사가 망했으니 다른 업체들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1995년에 텔레 커뮤니케이션스(TCI)와 클라이너 퍼킨스가 앳홈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누구도 이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 앳홈의 비즈니스 모델은 케이블 회사에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한 고객으로부터 케이블 회사가 받는 40달러중 35%를 받는 것이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대박을 낳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8년에 인기를 얻은 만큼 치뤄야할 일이 생겼다.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가입함에 따라 네트워크에 종종 과부하가 걸렸고 (이 때문에)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프레몽과 하트포트의 고객들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프랜차이즈 승인에 목매달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중대한 문제였다. 케이블 업체들이 케이블 TV 라이센스에 문제가 생길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경영진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그리고 1997년 앳홈의 익사이트 인수가 갈등을 더 깊게 만들었다. 앳홈의 저물록과 익사이트의 벨은 합병을 통해 또 다른 AOL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인터넷 접속료와 익사이트 사이트의 광고, 전자상거래 수입 등으로 매출을 엄청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당시 저물록은 익사이트앳홈이 21세기의 뉴 미디어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1999년 5월 익사이트와 앳홈이 합병을 마무리 지었을 때 AT&T와 다른 케이블 사업체들은 규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AOL등은 “케이블 업체들은 고객들이 그들이 원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 이는 익사이트앳홈의 독점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제친 것과 같았다.
이 문제는 이사회 내부에서 더 많은 갈등을 낳았다. 예를 들면 저물록이 1999년 페블비치에서 AT&T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있을 때, 텔레 커뮤니케이션스(TCI)의 사장이자 익사이트앳홈의 이사인 힌데리는 야후와 “앳홈 고객들이 익사이트 대신에 야후 사이트를 디폴트 초기화면으로 할 수 있느냐”는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문제로 저물록과 힌데리는 이사회 석상에서 한바탕 붙었고 그후 야후와의 협상은 깨졌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1999년에 발생했다. 당시 저물록과 벨은 엄청난 현찰을 쓰기 시작했다. 1999년 여름에 익사이트앳홈은 신생업체 인수에 최소 6000만 달러를 퍼부었다. 그 중에는 지금은 망한 쿼카 스포츠라는 웹 사이트도 있었다. 그리고 10월25일에는 블루마운틴 인수도 있었다. 벨은 당시에는 규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규모를 늘이기 위해 뭔가를 추가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컨텐츠 업체 인수로 나타났다.
저물록과 벨이 현찰을 쓰고 있는 동안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 해 4월에 주당 94.66달러까지 갔던 주가는 여름을 지나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투자자들은 특히 만약 AOL이 재판에서 이기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8월에 한 신문이 AT&T가 AOL에 자사의 케이블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중이라고 보도하자 주가가 하루만에 11%나 빠졌다. 물론 양사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이 문제는 2000년 1월에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을 발표하면서 수그러 들었다. AOL이 타임워너의 케이블을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해 3월에 AT&T의 암스트롱은 브로드밴드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익사이트앳홈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콕스와 콤캐스트가 AT&T에 지분을 팔았다. 당시에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저물록이 환영하는 성명을 내놓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케이블 회사가 익사이트앳홈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2001년이 되자 콕스와 케이블은 6개월간 여유를 준다면서 익사이트앳홈과의 독점 계약을 끝낸다고 통보했다. 이는 예상보다 1년 빨리 독점권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했다.
4월20일 저물록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벨은 브로드밴드 투자를 증대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 분기마다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반면에 영업손실은 1억 달러로 늘었다. 1999년의 영업손실은 2400만 달러였다. 그들은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해 여름에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해외 영업 기업공개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 결과는 현금 고갈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해 9월19일 벨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한 날, 주가는 16달러까지 떨어졌다.
올 1월 레임덕 최고경영자인 벨은 익사이트앳홈 서비스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AT&T의 네트워크 전문가인 호세인 에스람볼치를 영입했다. 그는 네트워크를 개선시켰지만 이를 위해 네트워크 장비등에 5400만 달러를 들여야 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29%나 더 지출한 것이다. 이 탓에 현찰과 즉시 현찰화가 가능한 유가증권은 48%나 줄어들었고, 현금은 1억 450만 달러로 감소했다.
올 4월17일 벨은 컨퍼런스 콜을 열어서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 6월30일까지 75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페트릴로나 벨은 익사이트앳홈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질 개선이 없었다면 콕스나 콤캐스트를 붙들어 둘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광고 하락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4월23일 스프린트의 이사로 있던 패티 하트가 최고경영자로 영입됐다. 그 이후 익사이트앳홈에는 더욱 어려운 시기가 닥쳤다. 6월에 콕스와 콤캐스트가 독점권을 더 이상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트는 여전히 돈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1억 85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 돈도 충분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7월23일 하트는 투자자들에게 올 연말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에 하트는 한 인터뷰에서 온라인 광고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익사이트앳홈 사무실을 임대하려던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공급업체들은 현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트는 AT&T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 결국은 9월28일 chapter 11, 즉 파산보호신청을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품질이 나쁘다며 케이블 회사들이 대금을 결제하지 않은 것.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일부는 왜 AT&T가 케이블 업체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지만, AT&T의 페트릴로는 “우리도 케이블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금 회수는 익사이트앳홈 경영진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럼 AT&T에 익사이트앳홈의 몰락 책임이 있는가? 이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확실히 AT&T는 처음에는 익사이트앳홈에 큰 관심을 가졌었고, 특히 암스트롱은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의 장래를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돕지 말아야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왜? 궁극적으로 콕스나 콤캐스트와 마찬가지로 AT&T가 브로드밴드는 다른 회사가 운영하도록 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분석했다. 모든 케이블 회사가 하고 싶어한 비즈니스라는 것. 결과적으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