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부모 잃은 대학생…"나랏돈 축내는 벌레 아냐"

"사고 수습 끝날 때까지만 잊지 말아 달라"
  • 등록 2025-01-13 오전 6:10:16

    수정 2025-01-13 오전 6:10:16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이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라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며 유가족으로서 어려뭄과 고통을 호소했다.

대학생 박근우(23) 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저는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통해 사고 당시와 이후의 상황을 전했다.

(사진=박근우 씨 페이스북 갈무리)
박씨는 지난달 29일 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예정된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로부터 ‘새가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 한다. 유언해야 하냐’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박씨는 “설마 사고가 날까 싶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결국 부모님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비보를 접하자마자, 박씨는 광주광역시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 만에 달려갔다.

박씨는 “30일에는 어머니를, 31일에는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었다”며 “두 분 모두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제야 주변의 상황이 보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엄동설한에 애써주신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분들 덕분에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었다”며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염치 불고하고 전국의 동료 시민 여러분께 빚을 하나 더 져야만 할 것 같다”며 유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박근우 씨 페이스북 갈무리)
박씨는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긴급생계비 300만 원이 모금을 통해 지원됐다는 기사가 뜨자,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며 “그런 글들은 우리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된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박씨는 “설령 보상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부모님의 목숨 값인데,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겠느냐”며 고통스러운 심정을 털어놨다.

부모님이 남긴 사업 정리를 위해 세무사와 통화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생계 문제를 해결하느라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있다는 박씨는 “고아가 됐지만, 아직 부모님을 제대로 슬퍼할 시간조차 없다. 먹고 살기 위해 당장 돈을 벌어야 할 판”이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유족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무안에 나와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잊히지 않기 위해서”라며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사고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무안공항과 여객기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그래야만 저희도 이 모든 슬픔과 허탈감을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다시 동료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한 번만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동료로서 저희를 도와달라”며 참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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