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채권 개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기회를 ‘채권 세일’로 여기며 ‘줍줍’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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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69%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대선 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미국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에도 전 거래일보다 4.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5월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고조됐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도 확대하고 있다. 부진한 고용지표와 소비지표는 이르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FF) 금리 상한이 5.50%이지만 올해 말 5.0%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일각에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관세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미국의 시장금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채권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미래에셋증권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13~17일 국내 최초로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426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10년물과 20년물을 각각 1000억 원어치씩 발행하는데 10년 만기 국채에는 3493억원이, 20년물에는 768억원이 각각 몰리면서다. 20년이란 기간이 부담스러운데다 중도환매를 할 경우 세금 혜택을 챙길 수 없어 20년물은 발행 한도도 못 채운 채 청약이 끝났다. 다만 10년물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에 이달 12일부터 10년물 국채 1500억원, 20년물 500억원에 대한 청약을 시작한다.
장기채 ETF 라인업 강화…가파른 가격 상승은 부담
오랜 기간 들고 있어야 하는 개인투자용 채권이 부담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장기물 ETF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단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는 최근 한 달간 51억원 규모의 순매수세가 들어왔다. ‘SOL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에도 같은 기간 50억원의 ‘사자’세가 유입되는 등 대부분 장기채 ETF가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운용사들은 다양한 장기채 ETF를 새로 내놓으며 경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KB자산운용은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30년 국채액티브(H)’를 연이어 내놓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한국 중앙은행이 올해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강해진다.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이 3분기 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만큼, 신규로 매수하기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나 물가흐름은 금리 하락을 지지하지만 최근의 강세 정도는 지나치다는 판단”이라며 “이번 되돌림 장세에서는 매도 대응이 적절하며 재상승 국면에 또 다른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