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정운용은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하나는 극심한 세수가뭄이다. 경기 악화로 지난해 상반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무려 70.4%나 격감했다. 그 여파로 법인세가 전년 대비 23조 2000억원이나 줄어 전체 세수 감소액의 45%를 차지했다. 자산시장 침체와 수입 감소 등의 여파로 양도소득세·부가가치세·종합부동산세·관세 등 거의 모든 세목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의 재정정보공개 시스템 ‘열린 재정’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세수 실적이 전년대비 감소한 경우는 2009·2013·2019·2020년과 지난해까지 다섯 번 있었다. 이 중 앞 세 차례는 감소폭 1조~2조원 수준이었고 코로나19 때인 2020년에도 8조원 정도였다. 지난해 5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수감소가 발생한 것은 유례 없는 일로 재정기반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세수펑크는 경제성장 실패와 세수추계 실패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지난해 특별한 경제위기가 없었음에도 성장률이 1.4%에 그쳤다. 무너진 재정기반을 재구축하려면 경제를 성장궤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 세수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도 시급하다. 부실한 세수추계는 재정사업 부실로 이어져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