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간만에 웃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주주서한에 따른 기대감이 번지면서다. 약 2년 만에 5만원선을 되찾기도 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주주행동 행보를 예고했다. 경쟁사이자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와 주주대표소송 등 분쟁을 겪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상충한다는 주장이다. 적자 늪에 빠진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 사업의 전면 재검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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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주주서한 발송에 52주 신고가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400원(5.12%) 오른 4만9300원(시가총액 1조9273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연고점을 재차 갈아치우며 5만400원까지 급등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5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약 2년 전인 2021년 9월27일(5만300원)이 마지막이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06년과 2014년 사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에 대한 쉰들러의 손해배상 소송에 패소하면서, 현 회장이 1700억원 규모 배상을 하게 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계약 체결을 감사위원회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쟁 당사자가 회사의 상근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 회장의 귀책 사유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상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으로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심각한 이해관계 상충의 여지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끝난 주주대표소송 외에도 별 건의 주주대표소송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쉰들러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이 진행 중인 것까지 감안하면 대주주인 현 회장을 이사회에서 분리해야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를 위한 정책 필요…사업구조 개선 시급
현 회장의 과도한 겸임도 문제 삼았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무벡스의 이사회의장과 사내이사, 현대아산의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기업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지난 3년간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로부터 1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한 데 대해서도 과도한 임원보수가 결격 사유라고 봤다.
무엇보다 사업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일본 상장사인 재팬엘리베이터의 역사적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인데, 엘리베이터 기업의 고마진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유지 보수 사업 등 영향”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설치 부문 점유율이 50%인데, 유지보수 부문은 점유율이 20%에 그쳐 능력 있는 경영진의 관여를 통해 사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은 향후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응에 따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임시 주총을 통한 정식 주주안건 상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재 흐름을 고려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의미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사업구조 개선 등을 통해 순이익이 현재보다 500억원은 더 날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본다. 시장도 이러한 기대에 베팅하며 이날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