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에 강제 성관계...검찰 “강간 아냐” vs 법원 “맞다”

"과거 연인, 강제적 성관계 승낙 될 수 있어"
"부부간 강간죄도 인정되는 마당에 터무니 없다"
  • 등록 2023-07-03 오전 7:09:47

    수정 2023-07-03 오전 7:09:47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잠자고 있는 전 여자친구를 강제 성관계한 남성에 대해 ‘준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원이 각기 다른 법적 판단을 내놨다.

(그래픽= 뉴스1)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0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지난 4월 인용했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검찰이 지난해 8월 ‘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한다고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B씨에 대한 준강간치상 혐의를 불기소 처분한 것과 상반된 해석이다.

앞서 B씨는 2021년 1월 수면 상태 A씨를 강제 성관계하고 신체를 무단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였지만 A씨의 경제·건강상 이유로 B씨 집에 잠시 머물고 있던 상태였다. 두 사람은 그 기간 동안 일체의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몸살 기운에 약을 먹고 다리까지 다쳐 거동이 불편한 A씨가 잠든 틈을 타 성폭행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했다.

A씨는 카메라 소리를 듣고 깨어났고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증거 동영상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해 보관했다.

(사진=이데일리 DB)
A씨는 B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 촬영 혐의만 인정했다. 둘이 연인관계 였기 때문에 강제적 성관계가 가정적으로 승낙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 측은 “부부간 강간죄도 인정되는 현 시대에, 연인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자고 있을 때의 일방적 성관계에 대한 가정적 승낙이 있다는 판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런 법리를 검찰의 공식적인 성(性)인식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 B씨를 준강간치상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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