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여전 IPO시장, 케이뱅크·컬리도 떤다

돈줄 마르자 '흥행카드' 2차전지도 안통해
몸값 낮추고 신주 100%.. 몸값 낮춰 상장
바이오 IPO, 공모액 줄여 분위기 반전 노려
높아진 눈높이에 IPO초대어도 긴장
  • 등록 2022-09-20 오전 6:01:00

    수정 2022-09-20 오전 6:01: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쏘카(403550)의 흥행참패에 이어 하반기 최대어 중 하나였던 더블유씨피마저 저조한 수요예측 속 공모가를 낮췄다. 아직 기대해야 할 IPO 기업이 다수 남아 있으나 약세장으로 돈줄이 마르며 상장철회 혹은 연기 또는 눈높이를 낮춰 상장을 강행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시장 얼어붙자.. IPO 시장 직격탄

더블유씨피는 19일 공모가를 6만원으로 확정하고 20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에 나선다고 밝혔다.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번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총 759개 기관이 참여해 3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블유씨피가 흥행을 이어온 2차전지 전문기업인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주관사 관계자는 “침체된 IPO 시장 상황과 과배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실수요량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 수량 1억7972만7893주, 참여 금액은 12조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가 6만 원으로 내려앉으면서 최대 3조40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시가총액도 2조218억 원 규모로 낮아졌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인 모양새다. 약세장 속에서도 선전하던 2차전지 관련 IPO마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블유씨피가 상장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공모가 기준 조 단위 시총 규모로 올해 상장에 성공한 2번째 회사가 된다. 공모 규모도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2위다. 최원근 더블유씨피 대표는 “참패는 아니다”라며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보다 몸값을 낮추거나 구주매출을 줄이고 신주 100%로 상장에 나선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이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히면서다.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투자금 회수보다는 당장 IPO흥행이 급하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계열사인 모델솔루션은 IPO 시장 부진 영향에 따라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공모가 희망 밴드를 4월 예비심사 청구 당시 계획한 2만6000~2만9000원보다 적인 2만4000~2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연질캡슐 생산기업인 알피바이오와 핀텔, 탑머티리얼, 샤페론은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 모집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타석 대기중인 케이뱅크·컬리도 ‘긴장’

IPO시장 침체로 상반기 부진을 털고 하반기 반전을 노리며 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 관련 기업들과 또다른 최대어인 케이뱅크와 컬리도 흥행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상승)’을 노리는 대신 안정적으로 상장하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달 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 기업은 알피바이오와 면역질환치료제 개발사인 샤페론, 국내 유일 페길레이션 기술 개발 업체인 선바이오, 플라즈맵 등이다.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흥행을 자신하고 있으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 들어 추진된 바이오 기업의 공모 경쟁률이 특히 저조했던 탓이다. 다만 알피바이오가 기관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가를 밴드 상단인 1만3000원으로 확정하고 일반 청약에 돌입하는 등 바이오 IPO 분위기 반전을 위한 틀을 잡았다. 나머지 기업 역시 높아진 상장 허들을 뚫은 데다 공모액 규모가 100억 원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적어 흥행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와 하반기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뱅크도 상장 일정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상장에는 무리가 없으나 다만 흥행 실패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IPO 시장도 결국 사이클을 타는 만큼 주식시장이 서서히 회복됨에 따라 IPO 시장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시장 자금이 마르면서 상장 추진 기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면서 “장외 가격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시도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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