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정부조직 개편, 담대한 혁신에 나서라

  • 등록 2022-01-06 오전 6:15:00

    수정 2022-01-06 오전 6:15:00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공약을 쏟아내고 각 정당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의 눈과 귀엔 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과 당내 권력투쟁과 같은 비본질적이고 비생산적인 뉴스들만 들어오고 있다. 언론은 스포츠 중계하듯 네거티브 공방전을 다룰 뿐 후보와 정당의 미래비전과 집권 후 국정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관심도가 떨어지고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 국민들은 어떤 정당, 어떤 후보가 조금이나마 내 삶을 낫게 해주고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와 수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 차악이던, 차선이던 정부운영의 실력에 의해 우리들과 대한민국 내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발 실력 있기를…

◇일 잘하는 정부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선거전이지만 그래도 다음 5년 동안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제언과 토론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미중 갈등 심화를 비롯한 통상환경의 변화라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격랑의 시기에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창조하기 위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첫단추가 절실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당선 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정부의 가치지향과 국정철학을 드러내왔지만 부처 몇 개 만드는 수준의 짜깁기 개편에 머물기엔 우리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 변화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 온 땜질조직의 틀을 완전히 분해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정부조직을 만들고 일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로 정부혁신 방안을 가다듬어야 한다.

공무원들의 능률도 오르고 국가의 전체적인 역량도 성장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조직 개편은 장기적인 국가과제와 비전을 고려한 통합적인 안목 하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기든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견지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따른다면 공무원들의 능률도 오르고 국가의 전체적인 역량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혁신의 대원칙 중 가장 앞에 와야 할 것은 중장기적 국가과제를 특정 정권이 너무 쉽게 바꾸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급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국방인력 충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국제적인 역학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주변국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국민의 안위와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 향후 수십년 이상 파급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5년간 일하는 대통령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거나 자기만의 신념에 사로잡혀 함부로 방향을 틀면 안 되는 사안들이다. 이러한 국가의 장기 전략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임 정권의 결정을 존중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원칙이 전제되지 않은 채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면 일의 선후경중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대통령 치적쌓기용, 전임정권 지우기용 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국가 장기과제가 함부로 다루어질 우려가 있다.

두 번째 원칙은 책임있는 내각, ‘작은 청와대’ 이다. 공직사회가 청와대 입맛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공직사회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거나 장관의 지나친 정무적 처신이 공무원들을 위축시켜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경우도 많다. 이참에 장관 휘하에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정무차관과 공무원 중심의 사무차관을 두어 공무원들이 정권의 외풍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부처 조직도 정책을 개발하는 정책부서와 실행하는 집행부서,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서비스부서로 나뉘어 대국민 서비스의 개발과 생산, 공급이 체계화, 전문화 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이 1,2년 단위로 모든 보직을 섭렵하는 순환보직제 하에서는 철밥통 오명을 벗어나기도 어려울뿐더러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국민 서비스 제공은 힘들다.

정부의 일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한 일 잘하는 정부조직 개편

무엇보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장관이 몇 명인지, 부처가 몇 개인지에 얽매이지 말고 정부의 일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성만 올릴 수 있다면 장관이 20명이든 30명이든 문제 될 게 없다. 지금까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키는 데 주저해왔고 장관 숫자가 늘어날까 조바심 내며 소폭의 개편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1년에 쓰는 예산 총액 안에서 필요하다면 부처를 신설해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성을 키워주지 않으면 한 지붕 두 가족을 넘어 세 가족, 네 가족이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대표적인 예다. 연금 전문가가 의학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가 복잡한 복지체계를 섭렵하기 어렵다. 복지부와 보건부는 분리해 각 분야 전문가가 부처를 이끌어가야 한다. 고용 창출은 노동보다는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분야는 산업부로 보내는 등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당장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분야 TF를 먼저 출범시켜 가동하다가 정식부처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같이 몇 개 부처가 합동으로 일해야 하는 거대과제를 통할할 분야별 부총리도 필요하면 3명 이상 둘 수 있게 법을 고쳐야 한다. 물론 2022년도 예산과 정원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한다.

공무원 감축, 생산성 20% 올릴 수 있는 정책수립과 시행 이루어져야

공무원 조직도 필히 재정비 해야 한다. 공직 생산성은 이제 600조 정부의 과제이다. 잘 계획하고, 편성하고, 추진하고, 집행하고, 올바로 쓰여져야 한다. 혈세프로세스의 운전자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쟁력은 미래 정부의 새로운 모습으로 제시 되어야 할 것이며, 공무원 조직의 내부혁신을 통해 과감하게 생산성을 약 20%정도 올릴 수 있는 정책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기여와 헌신 측면에서 결코 박봉이 아닌 공무원 사회 스스로의 각성과 헌신이 다시 한 번 요구된다. 자율적 혁신을 택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요구에 의한 타율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권력!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주권재민인데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이 격변기라는 점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시기다. 큰 파고를 넘어서자면 조직에 낀 군살을 빼고 미래대비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개헌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단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는게 낫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그 규제를 집행할 공무원 숫자만 늘고 경제의 활력은 떨어진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폐기하고 그와 관련된 공무원은 줄임으로써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의 역량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각국 정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국민 개개인의 삶도 돌보는 유능한 국가의 첫걸음은 냉철한 조직진단과 개편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행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밀어부쳐서 될 일은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실험실 정치가 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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