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우려에도..보험료 인하 효과 등에 제도화 목소리

<해봤습니다>배달원 헬멧 블랙박스 직접 써보니
정부-보험사 '이륜차 블랙박스' 도입 논의중
잦은 사고 위험, 과실 판단 위해 필요성 대두
손보사, 손해사정 비용 줄며 손해율 저감 효과
배달업, 비싼 배달용 이륜차 보험료 할인 기대
  • 등록 2021-07-23 오전 6:00:00

    수정 2021-07-2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배달원들의 ‘헬멧 블랙박스’는 보험업계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주문자 개인정보 노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당 평균보험료가 많게는 200만원을 웃도는 이륜차(오토바이)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 시 자동차보험료를 일부 할인해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잦은 사고 등 위험으로부터 배달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만큼 헬멧 블랙박스 확대에 따른 제도적 기반 마련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배달원)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보험사들은 오토바이 운행 블랙박스 도입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 제도화 되지 않은 논의 단계지만 사고 예방과 조사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만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동 수단에 주행 및 주·정차 중인 주변 상황을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국내에서 보편화된 지는 이제 10년이 조금 지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개인 자가용과 운송용 버스, 택시, 화물차에 자동차 블랙박스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다.

반면 오토바이 블랙박스는 아직 생소하다. 일부 레저용으로 쓰이는 액션 카메라 등을 오토바이 차체나 헬멧 등에 부착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소비 문화가 변화하면서 음식 배달과 택배 배송이 크게 늘었다. 배송이 크게 늘면서 배달원의 사고 위험도도 높아졌다.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하면 경상 없이 바로 중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같은 높은 사고 위험 때문에 오토바이 보험료는 자동차보다 비싸다.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배달 대행과 택배업 등 ‘운송업 배달용’(대여용 포함) 오토바이 보험의 손해율은 100% 수준을 넘는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00만원 이상을 지급해 적자가 난다는 의미다. 특히 배달용 오토바이 손해율은 80%대인 일반 가정용과 비운송업 배달용 오토바이 보다 월등히 높은 120% 수준에 이른다.

또 배달용 오토바이는 운송 특성상 상대적으로 폐쇄회로(CC) TV가 부족한 골목길과 야간 운행이 많다 보니 사고 발생 시 목격자와 기록이 없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오토바이 차체 혹은 라이더 헬멧에 블랙박스가 있으면 사고 예방과 처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고 손해사정 비용과 손해율 절감에 도움이 되면 자동차보험 블랙박스 특약 할인과 같은 이륜차보험 블랙박스 특약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특약 제도가 시행된다면 라이더와 배달앱 업체 등 가입자 입장에서는 블랙박스 부착에 따른 보험료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송업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는 대당 평균 200만원(2020년 기준)이 넘는다. 또 라이더들이 블랙박스를 의식해 교통법규 준수 등 안전운행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난폭운전이 줄어드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과 정부 관계 부처에서 이륜차 블랙박스와 관련해 논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며 “배달·배송 오토바이 운행이 많아진 상황에서 안전을 위한 배달원들의 블랙박스 부착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사고 예방과 처리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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