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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한증막처럼 변해 버린 도심에서 목에 거는 선풍기까지 준비해 더위를 피하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자동차 속 에어컨을 틀어도 후텁지근하고, 짜증만 늘어난다. 이런 날씨 속에 불청객(?)이 다음 주께 찾아온다. 바로 ‘열돔현상’이라고 불리는 기상현상이다.
역대 가장 늦게 한반도를 찾아왔던 장마전선은 19일께 한 차례 비가 내린 후 끝날 가능성이 높다. 과학계에서는 장마가 끝난 20일을 기점으로 열돔현상이 한반도에 나타나면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1994년, 2018년 이후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벌써 온열질환자 발생, 전력수급망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현상이 무엇이기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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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 현상’은 과학계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용어지만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원래 있었던 대기 현상이나 2016에서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발생하면서 외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서북부, 캐나다 등에서도 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주로 인도 북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열돔이 만들어진다. 티베트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중국, 한국으로 발달해 한반도 대류권 상층에 뜨거운 공기가 불어넣는다. 한반도 아래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대류권 중하층에 덥고 습한 공기를 유입시킨다. 위아래로 발달한 고기압들이 정체되면서 뜨거운 공기 속에 한반도가 갇히게 되는 셈이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학술적으로 열돔은 ‘블로킹(Blocking)’의 하나로 봐야 한다”며 “한반도 주변의 캄차카반도 쪽에 고기압이 정체되는 블로킹 현상이 주로 나타나 왔는데 대류권 상층에 고기압이 발생하고 기단이 한반도에 정체되면서 상하층 모두에 더운 공기가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크림·모자 필수…‘블랙아웃’ 대비도 필요
문제는 이러한 열돔현상이 기후변화와 결합해 발생하는 주기가 빨라지고, 세기도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곤 충남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폭염에 영향을 주는 두 기단의 고기압대가 잘 유지되고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땅이 받는 일사량이 높게 나타나고, 자외선 지수도 최대치값을 경신하게 될 것”이라면서 “강한 자외선은 피부에 홍반(붉은점)이나 피부노화, 눈건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를 평상시 챙겨 온열질환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전력난도 우려된다.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이 본격화되면 전력사용량은 증가하는데 정부 대책은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최대 피크 시간(오후 4시~5시) 전력 예비율은 10.2% 수준이며, 한자리 수를 오가고 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가 늦어져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수급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신한울 2호기의 신속한 운영허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돔현상은 계속될 수 있어 폭염을 효율적으로 대비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명인 센터장은 “과학계 에서 기후예측모델로 정확한 날씨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대책도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상황과 무더위가 합쳐진 상황에서 에어컨 가동을 줄이고 환기만 강조하기보다 폭염의 영향을 계량화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