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말, 흑색선전 난무하는 선거전, 국민 보기 부끄럽다

  • 등록 2021-03-31 오전 6:00:00

    수정 2021-03-31 오전 6:00:00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막말과 비방은 물론 근거가 불분명한 흑색 선전과 폭로까지 난무하며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어 격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며칠 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 전날 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 환자”라고 비난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유권자들의 식견과 안목을 무시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었다.

본질과 관계없는 말꼬리 잡기도 계속되고 있다. 그제 있었던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TV 토론에서는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현장 입회 여부를 놓고 양측이 지루한 말싸움을 이어간 탓에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정책과 미래 비전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웠다.

선거가 중반전을 향하면서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주 부동산·복지·법률 등을 테마로 한 네이버 카페 8곳에는 오 후보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비정상적으로 여러 계정을 생성해 동시다발적으로 글을 유포했다는 점에서 흠집 내기를 위한 공작 의혹의 지적을 받고 있다. 오 후보가 해명성 반박에 나서긴 했지만 악의적 유언비어야말로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독버섯 같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각 후보와 정당은 이번 선거가 두 전임 시장의 성추문에서 비롯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800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될 선거판의 저열한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착잡한 심정을 헤아린다면 지금이라도 페어 플레이에 나서야 마땅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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