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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는 온라인에 뛰어들었고 국내 유명 패션 대기업들은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는 사이 새벽 배송이나 구독경제 등 변화를 일찌감치 모색한 작은 온라인 업체들이 틈새를 비집고 나와 시장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이달 초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에르메스는 루이비통·샤넬의 온라인 진출에도 뒷짐을 지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한 브랜드 경험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명품 구매에 눈을 뜬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를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온라인 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등 위기감이 높아진 점도 이 같은 변신의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 명품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패션업체들 역시 적자에 직면할 정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LF와 한섬 등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 신장했다.
임직원들의 임금 삭감도 진행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임원들은 오는 7월부터 10~15%씩 임금을 자진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체계도 현재 주 5일에서 주 4일로 바뀌며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 학업휴직 등도 장려할 예정이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출에 나서야 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등은 원재료 가격 상승은 물론, 판로 확보의 어려움과 공장 가동 중단과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2분기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패션·제조업을 운영하는 영세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단과 제품 등을 들여오는 데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로나19 이후 이 위기를 잘 넘긴 업체와 그렇지 못한 곳은 생사의 갈림길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변화를 모색하며 살아남기 위한 방편을 모색 중이다.
대형 패션업체들은 온라인 진출은 물론, 의류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화장품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섬이나 육가공 제조업체를 인수한 LF 등이 대표적이다.
차별화를 위해 동대문 패션 상품을 당일이나 새벽에 받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정기구독을 도입한 업체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 패션업계를 주도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나 LF보다 무신사와 지그재그와 같은 곳들이 실질적인 업계 강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것을 바꿔낸 코로나19의 여파로 패션업계 역시 많은 변화에 직면했다”며 “코로나 이후 버틴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자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