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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을 맞았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예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 진입 수요는 꾸준한데 기존 아파트 전세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고, 입주를 막 시작한 신축 대단지도 예상보다 전세 물량이 적어서다. 이러한 전세 품귀 난에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다.
서울 곳곳에서 ‘신축 대단지는 주변 기존 단지보다 전셋값이 싸다’는 통념을 깨는 단지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는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단지일수록 세입자를 빨리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전세금을 낮추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구 대흥동의 총 1248가구 규모의 신촌그랑자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9㎡짜리 전세매물이 시세가 6억~7억원에 달한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5억원 후반대가 많았지만 이 물건은 이미 동난 상태다. GS건설에 따르면 이 단지는 2월 말부터 입주를 진행해 입주 한 달 만에 입주율 53.4%(1248가구 중 666가구 입주)를 기록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짜리 전셋집도 6억원 초반대 급매물은 모조리 빠지고, 지금은 7억~8억5000만원 사이만 남아 있다. 일부 로얄층은 9억5000만원까지 달한다. 이 전세금은 일대 대흥동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실제 인근에서 입주 2년 차를 맞은 염리동 ‘마포자이3차’ 전용 84㎡짜리도 전셋집 호가가 7억3000만~8억원대다. 대흥동 S공인 대표는 “새 아파트 전세 물량이 귀하다 보니 주변 기축 단지보다 시세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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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품귀 현상에 서울 전역의 평균 전세가격도 상승 중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3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지난달 17일부터 전세 상승폭이 0.04%로 6주 연속 보합세지만, 올해 누적 기준 0.76%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며 누적 0.25% 오른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전세가격이 더 큰 폭 오른 셈이다.
신축 단지 중심으로 전셋값 강세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물량이 부족해서다.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매매 대신 전·월세를 택하는 수요자가 많아졌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지난 2017~2018년 2년간 매매거래가 활발해 전세가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매매거래가 뚝 끊기며 전세매물도 줄어 들었다”며 “새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수요는 꾸준한데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 신축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서울의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도 ‘확’ 줄어들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6457건이다. 이는 직전 2월 1만3640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2월과 3월 거래량이 비슷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거래 바닥’인 셈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꺾인 상황이어서 매수 수요가 전세로 유지하거나 입주요건 강화로 주인 거주하는 등 전세매물이 많지 않아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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