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충원 비상]②지방대 재정 부실화…입학정원 고집땐 도태

지방대 “입학정원 줄여도 신입생 채우기 어렵다”
2024년 미충원 인원 12만3748명…암울한 전망
기댈 곳 지역 고교지만 강원·경북 6곳 학생부족
입학정원의 11% 뽑는 ‘정원 외 전형’ 폐지 주장
  • 등록 2020-03-23 오전 1:22:11

    수정 2020-03-24 오후 3:11:06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올해 4년제 대학의 미충원 현황 자료는 그간의 암울한 전망을 수치로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교육계에선 10년 전부터 대학 입학자원이 급감할 경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남쪽 지방부터 문 닫는 대학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올해 4년제 대학의 미충원 인원 9675명 중 85%(8255명)는 지방대가 채우지 못한 모집인원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2020학년도 정시 대입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미충원율 10% 이상 83%가 지방대

22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충원 비율이 10% 이상인 대학은 29개 대학이다. 이 가운데 5곳을 제외한 24곳(83%)이 지방대로 집계됐다. 학령인구 감소의 파고가 지방대부터 덮치고 있는 것.

학생 충원 난은 지방대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54%로 충원하지 못한 모집인원은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정부 등록금 동결정책이 올해로 1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다 학생 충원 난까지 지방대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지방 A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642만원으로 전체 사립대 평균 등록금(745만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저렴하지만 올해 신입생 모집인원을 가까스로 채웠다. 이 대학 입학처장은 “작년엔 학생 충원 난으로 대학 재정이 어려워져 학교법인에서 20억원 정도를 지원해 줬다”며 “올해는 작년대비 입학정원을 80명 줄였지만 신입생을 채우는 데 더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방에서는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자 “신입생을 선착순으로 뽑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은 이제 돈만 내면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대학 미충원 대란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추산한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추이를 보면 2020학년도 입학자원은 47만9376명으로 2018년 대입정원(49만7218명)에 비해 1만7842명 부족하다. 교육부 추산 결과는 이번 4년제 대학의 미충원 현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입학자원은 대학진학률과 재수생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로 실제 대학에 입학할 학생 규모를 나타낸다. 교육부는 대학 미충원 규모가 △2022년 8만5184명 △2023년 9만6305명 △2024년 12만3748명으로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충남·충북·강원·경북 등 6곳 역전현상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들이 기댈 곳은 같은 지역 소재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서울소재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등록금·생활비 등을 고려, 지역에 남는 학생도 적지 않아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지방대들의 고민이다. 경남지역 사립대 입학처장은 “지역 학생들을 모아 지역의 일꾼으로 키우는 게 지방대 역할이지만 워낙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이마저도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미 충남·충북·대전·부산·강원·경북 등 6개 시·도는 대입정원에 비해 해당 지역의 고등학생 수가 부족한 형편이다. 학생들이 모두 서울 등 타 지역으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지역 대학에 입학한다 해도 학생 수 자체가 모자란 것. 예컨대 충남은 지역 소재 대학의 모집인원이 2만7605명인데 비해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현 고3 학생 수는 1만9095명에 불과하다.

6개 시·도별 대학 모집인원 대비 올해 고3 학생 수(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그래픽=이미나 기자)


입학정원 안 줄이고 버티면 도태

갈수록 학생 충원난이 심화되자 지방대들은 ‘정원 외 특별전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농어촌학생·특성화고졸업자·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의 11%까지 정원 외 특별전형을 허용하고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이 1995년에, 저소득층 특별전형은 2009년 도입됐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도입한 제도지만 인구절벽이 시작된 만큼 이를 모두 정원 내 모집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북지역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원 외 특별전형을 정원 내 모집으로 흡수토록 하면 전체 대학의 정원을 5만 명 이상 감축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는 대학은 도태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학생을 채우지 못한 정원은 갖고 있어봤자 손해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 일반재정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학생 충원에 대한 평가를 대폭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진행할 대학진단에서 신입생 충원율 평가비중을 종전보다 3배 강화했다. 충남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 충원율 평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교수들이 고등학교를 돌며 입학홍보를 나서고 있지만 학생 수 자체가 줄고 있어 막막하다”고 했다.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학생 감소에 맞춰 스스로 정원을 줄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수요를 찾는 것. 교육 전문가들은 유학생·평생학습 유치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각광 받는 분야에서 대학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제시, 재직자 등의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며 “아니면 지역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인력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역량을 못 갖춘 대학은 폐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와 국회도 한계에 직면한 사립대 설립자가 대학을 처분하고 잔여재산을 갖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퇴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0학년도 정시모집 미등록 충원 마감(2월18일 기준) 결과 미충원비율 10% 이상 대학.(자료=종로학원하늘교육,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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