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연준의 구원등판이 이미 예견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 대통령이 “연준은 더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양적완화(QE) 등 부양책 동원을 주문한 배경이다.
연준의 파격 조치…구원투수 자청했다
연준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FOMC가 기준금리를 종전 1.50~1.70%에서 1.00~1.25%로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연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애초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7~18일 예정됐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는 시장의 공포심리를 잠재우고자 선제적·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이 깨진 것 역시 연준이 현 상황을 굉장히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1898년 9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의 이름을 딴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은 0.25%씩의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동안 ‘드블샷’ 금리인하는 과거 9·11 테러 직후나 금융위기 때 등 매우 긴박한 순간 때만 이뤄져 왔다. 2008년 1월 경기침체 조짐이 커질 땐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적도 있었다.
이번 조치는 연준이 그동안의 ‘관망’ 기조에서 벗어나 ‘완화’ 기조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셈이기도 하다. 연준은 10년 반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지난해 7월 말과 9월 중순, 10월 말을 포함, 3차례 연속 인하행진을 마무리한 뒤, 지난해 12월에 이어 2차례 연속 금리를 묶으면서 이른바 ‘동결 모드’를 이어왔다. 즉 이번 금리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로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오후 1시 현재 1%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즉, 미 통화당국이 아무리 파격적인 조처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이 쉽게 진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월가(街)의 관측이 제대로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나라들 및 경쟁자들과 (기준금리를) 맞추는 것”이라며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는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적었다. 더 나아가 그는 “마침내 연준이 선도할 시간”이라며 “보다 완화하고 낮추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