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명인' 강은일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위안줄 것"

22~ 23일 '내 엄마의 엄마의~'
"여성은 아름답고 훌륭한 존재
성폭력 등 혐오 인식 바꾸겠다"
  • 등록 2020-02-17 오전 12:30:01

    수정 2020-02-17 오전 12:30:01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1967년생. 딸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난 ‘해금 명인’ 강은일은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던 시절. 여성에겐 ‘사회생활’보다는 ‘부엌’이 더 가깝던 때였다. 강은일은 여자이기에 늘 자신감이 부족했다고 한다. 항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은 무게감이 그를 짓눌렀다.

강은일
결혼을 해 1남1녀의 엄마가 된 강은일. 그는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딸을 보면서 자존감이 부족했던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올랐단다. 딸에게 ‘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고 소중하다’라고 다독거리고 싶었지만, 모녀(母女)라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강은일은 딸에게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오는 22~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래된 미래 :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강은일은 “여성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말하고 싶다”면서 “비단 내 딸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을 주는 공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폭력, 스토킹 등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강은일은 세상 모든 딸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 뜻을 담아 작품 포스터에 ‘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넣었다.

강은일은 이번 공연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할머니, 어머니, 나,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서사를 더듬는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콜롬비아국립대 교수이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모세 베르트랑(Moises Bertran), 타악연주가 박광현, 피리· 태평소· 생황 연주가 최소리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강은일은 “클래식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전통과 서양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일의 아들인 한진구 작곡가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그린 ‘제망모가’를 선보인다. 이밖에 △할머니, 어머니, 나, 그리고 딸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4대’(우디 박 작곡) △고통스러웠던 한국전쟁 속 여성들의 기억을 담아낸 ‘떠오른 기억’(모세 베르트랑 작곡) △날개를 마음 속에 접고 생을 살아온 대한민국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표현한 ‘날개’(김성국 작곡) 등이 연주된다.

관람료는 2만~4만원.

‘오래된 미래 :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공연 포스터. 포스터 속 여자 아이가 강은일의 딸이다(사진= 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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