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정치적 올바름 외치면서 홍콩 외면한 블리자드

하스스톤 대회서 홍콩 시위 지지한 게이머 중징계
'정치적 올바름' 게임에 대입하던 것과 상반된 행보
주요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 눈치 본 것이란 해석
  • 등록 2019-10-12 오전 7:00:00

    수정 2019-10-12 오전 7:00:00

블리츠청(Blitzchung)이 홍콩 시위 지지를 위해 방독면을 쓰고 발언을 하는 모습(출처=유튜브)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광복 홍콩! 시대혁명!”

2019년 10월 7일 하스스톤 마스터즈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시즌2 마지막 경기에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블리츠청(Blitzchung)’이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독면을 쓰고 외친 말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 시위로 시작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요 구호 중 하나로, 홍콩 출신인 그가 세계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방독면을 쓴 까닭은 경찰의 최루탄 진압 등에 반대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리자드, 홍콩 시위 지지한 게이머 중징계

이에 하스스톤 개발 및 서비스를 담당하는 블리자드는 그랜드마스터 박탈 및 상금 몰수, 1년 간 출장정지라는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인터뷰를 진행한 캐스터 두 명을 해고했으며, 이를 공지한 하스스톤 홈페이지 공지란의 댓글을 막고 해당 대전의 VOD 역시 삭제했다. 블리자드는 ‘공공을 불쾌하게 하고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손상했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할 경우 그랜드마스터에서 배제하고 총 상금 0달러를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블리츠청의 저런 돌발 행동으로 불쾌해 할 공공이 누구냐는 점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중국 국민 및 친중국 인사들이다. 블리자드의 블리츠청 중징계가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애매모호한 규정을 들어 중징계를 내렸단 점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리자드는 이제껏 필요 이상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비판 받아왔다. 블리자드 대표 게임인 ‘오버워치’의 캐릭터 ‘솔져:76’에게 갑작스레 동성애자란 설정이 붙거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도 개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 지도자 캐릭터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져 왔다. 그러나 정작 홍콩 시위 지지를 표명한 게이머에 중징계를 내리며 결국 ‘선택적 올바름’일 뿐이었다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수분 중국 놓칠 수 없는 블리자드

블리자드는 지난 1일 ‘콜 오브 듀티 모바일’를 출시했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로 1주 만에 1억 다운로드를 달성해 1700만 달러(약 204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으로는 자사 대표 게임 시리즈인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인 ‘디아블로 이모탈’을 준비 중이다.

PC와 콘솔 위주의 게임을 개발 해 온 블리자드지만 모바일 게임 위주로 재편돼 가는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시장 정보업체 뉴주(Newzoo)는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가 2018년~2022년 동안 41% 성장하고 그 중에서도 모바일 게임시장의 비중이 5%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의 매출액에서도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30% 선까지 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블리자드에게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은 20.7%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규모 또한 2017년 1489억위안에서 내년 2600억위안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텐센트의 자회사와 공동 개발하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개발을 중국 업체 넷이즈에 맡긴 것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블리자드 매출 비중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이를 늘려 나가기 위해 중국 게임사와 협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면서 “홍콩 시위 지지를 선언한 게이머를 규제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지만 기업 펀더멘털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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