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남는데도 또 추경…재난안전특교세 '그림의 떡'

재난 복구 사용하는 재난안전특교세
집행률 떨어져…연말에 지자체 나눠먹기
피해 주민에게도 사용 못해…"취지 맞게 제도 손 봐야"
예산 남는데도 재난 추경…"선거 앞둔 선심성" 비판도
  • 등록 2019-07-11 오전 5:50:00

    수정 2019-07-11 오전 5:50:00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재난 피해지원과 복구에 쓰이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가 목적에 맞게 제때 쓰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원 산불 피해 복구에 재난안전특교세의 6%만 교부하고 5월까지 집행률이 23%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는 재난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남아도 안쓰는 재난안전특교세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강원 산불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재난안전특교세 7361억원 중 445억원을 교부했다. 산불 발생 당시 응급복구비로 40억원, 항구복구비로 405억원을 피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했다. 재난안전특교세는 재난 복구 및 안전관리를 위해 편성하는 특별교부세의 일종으로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심사 후 교부한다.

문제는 강원 산불 피해를 포함해 5월까지 재난안전특교세를 23%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며 재난 관련 예산의 추경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추경안을 분석하며 이 점을 꼬집었다. 예산처는 2019년도 제1회 추경안 분석에서 “강원산불 복구의 경우 이미 행안부의 재난안전관리특교세(7361억원), 재난대책비(360억원), 산림청의 산림재해대책비(333억원) 등이 편성돼 있어 그 일부를 복구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목적예비비 1조8000억원도 각각의 재해대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교부 기준에 따라 강원 산불 관련 재난안전특교세를 최대로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특교세를 더 활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특교세 중 응급복구비는 교부 기준이 따로 없지만 항구복구비는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정하는 시군별 재정력 지수에 맞춰 교부한다”며 “405억원은 그 지원 비율에 맞춰 최대한으로 교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연말까지 태풍, 지진 같은 재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떨어지는 집행률 “목적에 맞게 제도 손봐야”

그러나 재난안전특교세가 실질적인 재난 복구 등 목적에 맞게 쓰이는 비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특교세 잔액을 지자체별로 인센티브로 나눠주는 12월분을 뺀 실질적인 재난복구 목적 집행률(1~11월분)은 △2016년(5416억원) 83.2% △2017년(6065억원) 76.8% △2018년(6567억원) 67.3%로 3년 새 최대 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심지어 올해 1~5월 집행액도 전체 7361억원의 23.3%인 1979억원에 그쳤다.

특히 재난안전특교세는 실질적인 재난 피해자에게도 쓰일 수 없는 실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 특교세는 공공시설 복구에 한해서만 할 수 있어 실제로 피해를 본 주민의 개인재산을 충분하게 복구하는데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공공시설 복구에 지원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불만은 거의 없지만 피해를 본 주민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재난안전특교세가 목적에 맞게 활용되기 위해선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래에 있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예산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논리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인 재난복구 목적 집행률이 해마다 급감하는 만큼 재난 복구와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이 연기를 피해 차량 뒤에서 대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은 예산 있어도 추경…선거 앞둔 선심성 정책”

일각에선 재난복구에 집행하고도 남을 만큼 예산이 편성돼 있는 상황에서 재난 복구 관련 추경을 또 요청하는 것은 선심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예산을 끌어들여 지역구에 선심을 쓰고 표를 얻으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해당 특교세의 잔액은 연말에 지자체에 교부돼 각각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에 돈을 가져오려다 보니까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별 지역 사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연말에 예정 없던 교부세를 지원받으면 부실한 사업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근본적인 경제 문제들을 추경이 해결할 수 없고 정책 수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산불 추경에는 인력 확충이나 급식 차량 확보같이 본예산에 들어가야 할 사업들도 대거 들어와 있다”며 “본예산에 비해 추경 심사가 느슨하고 허술한 면을 이용한 것인데 경기가 안 좋을 때 추경을 하는 게 맞지만 사업 내용이 추경하면서까지 필요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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