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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모(62·여)씨. 그는 한국에 정착한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지만 은행 업무를 할 때는 여전히 영업점을 방문한다. 금융자산도 주로 종이통장으로 관리한다. 김씨는 “창구에서 몇 차례 모바일뱅킹을 권유 받았지만 가입·이용 절차가 불편하게 느껴져 포기했다”며 “수수료를 좀 물더라도 계속 은행 창구를 찾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김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김씨는 30대 중반의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그는 중국 현지에서 줄곧 학교를 다녀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환전·송금, 통장 개설, 카드 발급 등 기본적인 금융 업무도 불가능할 정도다. 김씨는 “몇 개 없는 외국인 특화점포를 찾아가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이 일제히 디지털화 기치를 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금융 소외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이에 익숙한 어르신과 외국인 등의 금융 활동이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전체 평균(56.6%)에 못 미쳤다. 30대(87.2%), 20대(76.3%), 40대(76.2%)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50대도 절반 이상(51.0%)은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60대 이후부터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60대(24.4%)와 70대 이상(58.8%) 모두 또래집단에서 모바일뱅킹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0대의 경우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23.9%) “불편한 가입 및 이용절차”(21.9%) 등도 이유로 꼽혔다. 금융권이 ‘종이 없는 은행’ 속도를 내면 제도권 금융에서 점차 멀어질 수 있는 게 고령층인 셈이다.
오승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활용 측면에서 고령층은 금융 거래에서 상당히 취약하다”며 “사용이 쉬운 전용 앱 개발, 노인 전용 창구 설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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