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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납부한 분담금을 이용해 재활용업계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향하고 있다. 생산자 부담을 늘리자는 명분이지만 예산 부족 탓에 민간에서 더 걷어 민간을 지원하는 이른바 업계 ‘팔 비틀기’ 아니냐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 1월1일부터 세탁소 비닐, 운송용 에어캡(일명 뽁뽁이), 우산용 비닐 등 비닐봉지, 1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필름 등 비닐 5종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품목에 추가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활용법을 개정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분담금 역시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3개에 머물던 EPR 품목을 내년까지 57개로 확대하고 이후 오는 2022년까지 63개로 늘린다는 게 환경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증액해 정부 지원금을 확충하는 자구 노력보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민간 부문에서 소요예산을 조달하는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재활용업체의 수익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원금 규모의 3배가 넘는 분담금을 업계가 지고 있는 만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재활용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병이나 캔으로 바꾼다거나 무색(無色)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생산 공정을 교체하는 문제가 있어 설비과 시설 투자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거리여서 국민 보건상 포장 방식에 따라 `초기제품→중간단계→완성품`의 3단계 미생물 검사 등 위생관리가 가장 중요해 서두를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은 불편하지만 동참하는 높은 시민 의식과 비용이 들지만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산업계 협력이 절실하다”며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안들이 많아 업계에 강제력을 지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