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8 망언’ 암초에 부딪친 자유한국당

  • 등록 2019-02-12 오전 6:00:00

    수정 2019-02-12 오전 6:00:00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의 ‘5·18 망언’ 파문이 결국 다른 정당에 의한 징계 요구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3명 의원에 대한 즉각적인 출당 조치와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 지도부는 어제 회동을 갖고 해당 의원들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키로 하는 등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회적인 여론도 싸늘하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이 갑자기 고립 국면에 처한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부 의원의 돌출 발언으로 암초에 부딪쳤다는 점에서 한국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여당 소속이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투기 의혹과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반사 이익을 누리다가 오히려 입장이 바뀌어 졸지에 집중 포화를 맞게 된 처지다. 모처럼 집권당과의 지지도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칫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해당 의원들이 제명되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해도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이 야기되는 과정에서 한국당의 초반 대응이 서투른 탓이 크다. 지도부가 즉각 국민 앞에 꿇어 엎드려 사과의 뜻을 밝혔다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제적인 출당 조치도 검토할 만했다. 가뜩이나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법정구속 사태까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서로 대치하며 희생양을 찾으려는 분위기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야 간의 정쟁을 떠나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법원 판결로 그 위상을 평가 받은 단계다. 아직도 이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숱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지만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이 공식석상에서 이런 얘기를 거론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한국당이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런 점부터 고쳐야 한다. 이래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의원들의 입장에서도 당론과 배치되는 소신을 앞세우려면 차라리 탈당하는 게 떳떳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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